공모가 낮추고 주식수 줄여서 상장…컬리 역시 '적자' 상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차량공유기업 쏘카가 우여곡절 끝에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금주엔 마켓컬리(컬리)도 코스피 상장심사를 받는다. 컬리 역시 상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적자기업들의 연이은 상장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는 양상이다. 심사 주체인 한국거래소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 22일 오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본관에서 진행된 쏘카 코스피 상장 기념식 모습 /사진=한국거래소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쏘카 주식이 이날부터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시초가는 공모가인 2만8000원에서 형성됐지만 결국 주가는 3% 가까이 하락하며 2만6000원선으로 내려온 상태다. 

지난주 금요일 미국 증시가 급락한 탓에 이날 국내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함께 상장된 대성하이텍의 경우 공모가 9000원을 훨씬 상회하는 1만4000원 선에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쏘카가 아닌 대성하이텍으로 향했다는 의미다.

쏘카는 상장 준비과정에서부터 진통이 많았다. 한때 ‘최대 3조원’으로 평가를 받았던 쏘카는 공모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이에 공모가를 낮추고 공모주식수도 줄이면서 ‘급하게’ 상장하는 모양새를 면치 못했다. 그랬는데도 주가가 또 다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쏘카의 다급함이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로 전해졌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쏘카는 여전히 적자 상태다. 작년 실적에서 당기순이익은 37억원으로 그나마 흑자전환 했지만 여전히 84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적자기업이어도 상장이 가능한 ‘유니콘 특례상장’이라는 제도가 있었기에 상장을 강행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투자받을 곳이 없어 코스피로 왔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쏘카의 사례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다. 컬리의 경우가 그렇다. 금주 상장예비심사를 받는 컬리 역시 적자기업이다. 그럼에도 코스피 상장을 진행 중이다. 마켓컬리는 작년 매출액 1조5579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이 무려 2138억원에 달하는 회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의 적자기업이 번듯하게 코스피로 상장되는 건 투자자들을 우롱하는 일”이라며 개탄했다.

증권업계가 이런 사례들에 유독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신라젠 사태가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술 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해 코스닥에 상장된 신라젠은 한때 코스닥 전체 시총 순위 2위에까지 오를 정도로 기세가 좋았다. 

하지만 상장 이후 만 3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임상중단 권고로 인한 주가 폭락과 문은상 대표의 배임 등으로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오는 10월엔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국내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쏘카와 마켓컬리가 선택한 유니콘 특례상장의 경우 신라젠이 택했던 기술 특례상장보다 훨씬 리스크가 크다”면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상장기업들을 심사하는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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