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실상 이준석 손 들어줘…'본안소송' 결론나야 집권여당 내홍 정리될듯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본안소송 판결 확정까지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집행이 '정지'됐다. 하지만 26일 법원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반대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 51부(황정수 재판장)의 결정이 향후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핵심은 법원의 이번 판단이 '형식적으로'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비대위 체제를 분리해서 결정한 절충안이라는 것이다. 다만 결정문 실질적으로는 재판부가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라, 본안소송까지 가야 최종 승자를 알 수 있게 됐다.

이 전 대표라는 암초에 걸린 국민의힘의 경우,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당대표(비대위원장)가 재차 공석이 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다. 이에 따라 당 내부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미디어펜

법원 결정에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입장을 내고 "매우 당혹스럽다"며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자치라는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주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는 오늘의 가처분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며 "당의 비상상황에 대한 판단은 정당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 당내 의견을 수렴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즉각 가처분 이의신청을 냈다.

국민의힘은 이와 동시에 서울고등법원 항고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이 전 대표가 낸 본안소송과 별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이날 "채무자 국민의힘에 대한 채권자(이준석)의 신청은 각하, 채무자 주호영에 대한 채권자(이준석)의 신청은 인용"이라고 밝혔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본안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처분이다.

채권자인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비대위의 출범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은 '각하'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이 전 대표가 비대위 출범을 다툴 권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주 비대위원장 임명 과정과 별도로 그 효력정지를 신청할 이익이 (이 전 대표에게) 없다"며 "이 사건에 있어 주 비대위원장을 채무자로 하여야 한다"며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에 대해 가처분 신청한 것이 부적법하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당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채무자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하여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는 지도체제를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주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당원권 정지기간이 도과되더라도 이준석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되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대목에서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 8월 16일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에서 취재진과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심리 시작한지 16일 만에 내린 이날 재판부의 결정으로, 주 비대위원장이 임명한 또다른 비대위원 자격에 대한 논란이 추가로 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은 누구의 편이 될지 불투명해졌다.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대행체제로 넘어가겠지만, 향후 본안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이번 가처분 신청에 이어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6일 국민의힘을 상대로 이 전 대표가 제기한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접수했다. 바로 최고위원회, 상임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 의결에 대한 무효 청구소송이다.

이 사건은 민사11단독 재판부로 배당됐다가, 판사 3명이 심리하는 민사합의부가 사건을 담당하도록 재정합의가 결정됐다. 아직 변론기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민의힘 내홍이 마무리될지 확대될지 기로에 놓이게 됐다.

사건 접수 후 통상 2~3주 후 첫 변론기일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