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세제혜택만 비교했을때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은 큰 차이 없어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국에 연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이 많아졌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가입하고 있는 국민연금, 퇴직연금은 물론이고, 연금보험, 연금저축계좌, 주택연금 등 수많은 연금이 넘쳐난다. 심지어 복권조차 연금복권이 있을 정도이니, 이제 한국은 연금사회라고 불러도 좋을 듯싶다. 그러나 이렇게 연금이 많아질수록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어떤 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은지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개인들이 자율적으로 가입하는 연금은 따져보면 많지 않다. 일단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제외한다. 이 두 연금은 국가 혹은 회사에 의해서 반강제적으로 가입되는 연금인 것이 그 이유다. 주택연금도 제외한다. 이 상품은 이름은 연금이지만 실질은 대출이다.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매달 일정한 연금을 받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실제로 개인들이 자율 의사에 따라 가입할 수 있는 연금은 연금저축계좌와 연금보험 정도만이 남는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연금을 합쳐서 개인연금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노후준비를 위해 개인연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상품을 골라야 할까?

우선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세제혜택이다. 세제혜택은 크게 투자기간 동안 누릴 수 있는 것과 연금 수령 시에 받을 수 있는 혜택으로 구분할 수 있다. 투자기간의 세제혜택만 따지면 단연 연금저축계좌가 유리하다. 연금저축은 매년 납입금액의 400만원까지는 저축금액의 13.2%, 즉 최대 52만8000원을 세액공제 해준다.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연봉 5500만원 이하인 경우 15.6%의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연말정산 환급액은 66만원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투자기간 동안에는 이득에 대해서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연금보험도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이면 투자기간 동안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세액공제 같은 혜택은 없다. 이처럼 투자기간의 세제혜택에서는 연금저축계좌의 압승인 반면, 연금수령시기에는 상황이 조금 복잡하다.

연금저축계좌는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에 대해서는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내야 하는 반면, 연금보험은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월납으로 5년 이상 불입했다면 그 동안 쌓인 금액 전부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사례를 통해서 연금저축계좌와 연금보험의 세제혜택 효과를 비교해보자. 현재 45세,  연 소득 6000만원 정도인 홍길동씨가 매달 초 개인연금에 150만원을 10년간 납입한다고 가정해보자. 연 수익률은 5%라고 가정했을 때 10년 뒤 홍길동씨의 원리금 합계는 2억3249만 원이 된다. 원금이 1억8000만원(=150만원×12개월×10년)이므로 운용수익만 5249만 원에 달하는 것이다.

만약 홍길동씨가 가입한 상품이 연금저축계좌이고 연금수령을 10년간 한다면 홍길동씨는 총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할까? 답은 약 509만원 정도이다. 10년간 홍길동씨가 세액공제 받은 금액은 4000만원(=400만원×10년)일 것이다. 따라서 연금소득세 과세대상 금액은 세액공제 받은 금액과 운용수익을 합친 9249만원(=4000만원+5249만원)이 된다.

홍길동씨의 연금 수령시 나이가 55세이므로 적용 세율은 5.5%이다. 따라서 10년간 약 509만원(=9249만원×5.5%)이 되는 것이다. 만약 홍길동씨가 가입한 상품이 연금보험이라면 어떨까. 이 때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계약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월납으로 5년 이상 불입했으므로 이득에 대해서 완전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보면 세제혜택만 비교했을 때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은 크게 차이가 없다. 연금저축은 나중에 연금소득세를 내지만, 투자기간 동안 받는 세액공제 금액이 그것보다 크기 때문에 손해라고 할 수 없다. 연금보험은 조건 충족시 완전 비과세이지만,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연금저축보다 크게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연금저축계좌는 가입금액에 제한이 있다는 단점은 있다.

따라서 개인연금에 연간 1800만원 이상을 저축하려는 사람에게는 연금보험이 더 적합할 것이다. 또한 연금에 납입하는 금액이 많아서 나중에 연간 12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사람의 경우도 연금보험이 낫다. 연금저축은 연 12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수령 시에는 종합소득세로 과세 받기 때문이다.

개인연금을 고를 때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이 세제혜택이기는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투자대상이다.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예금부터 주식형 펀드까지 투자 가능한 상품이 매우 다양하다. 즉 주식에 100%에 투자할 수도 있고, 해외채권에 100% 투자할 수도 있으며,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에 전액 넣어둘 수도 있다는 뜻이다.

   
▲ 연간 1800만원 이상을 투자하려는 사람한테는 연금보험이 적합하다./사진=SBS
반면 연금보험은 상품의 다양성이 다소 떨어진다. 일반적인 연금보험은 주로 채권에 투자하고,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주식에 일부 투자하지만 대개 그 비중은 50%를 넘지 않는다. 즉 투자자의 선택 폭이 제한된다. 그러나 연금보험은 일반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원금보장옵션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안정성은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판단은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온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연금저축계좌와 연금보험의 세제혜택은 아주 큰 차이가 생기지는 않는다. 결국 투자 금액과 본인의 투자성향에 따라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맞다. 리스크를 부담하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연금저축계좌, 그 중에서도 주식형(혹은 해외 주식형) 또는 해외 채권형 펀드를 선택하면 된다.

반면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라면 연금보험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투자금액 면으로 봤을 때는 연간 1800만원 이내로 투자하려는 사람은 두 가지 상품에 대해서 무차별하고, 그 이상을 투자하려는 사람한테는 연금보험이 적합하다. [글/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