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2년 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장에서 전격 체포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공포 정치’의 서막을 올렸다.

특히 과거와 달리 체포 장면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이나 그를 체포한 사람들이 국가보위부(우리의 국정원)가 아니라 인민보안부(우리의 경찰) 옷을 입은 것에도 관심이 쏠렸다. 노동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장을 지낸 장성택을 그의 부하들이 잡아가는 모습을 연출해 치욕을 주려 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일각에서 ‘2인자’로까지 불렸던 장성택을 체포하는 일이라면 보위부가 나서야 하는데 보안부 제복을 입은 이들을 내세울 것을 일종의 연출로 본 것이다.

하지만 당시 장성택을 체포한 이들은 ‘창광보안서’라 불리는 당 조직지도부 소속 경찰들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월7일 해군 제155부대가 동해함대장의 지휘 아래 시험발사를 진행했으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창광보안서는 경찰이지만 보안부 소속이 아니라 당 조직지도부 산하로 중앙당 본부 간부들만 감시하는 조직이다.

다수의 엘리트 출신 탈북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창광보안서는 중앙당 본부 간부들만 감시하는 기구로 자체 예심 절차가 있을 정도로 권력이 막강하다. 이후 재판에 넘겨져도 창광보안서 예심 결과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식이니까 설사 조작된 혐의라도 되돌릴 방법이 없다.

장성택이 특별군사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곧바로 처형된 것도 창광보안소에서 이미 모든 결론이 났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정은 체제에서도 북한의 각 정부 기구마다 비밀스러운 조직이 별도로 유지되면서 간부들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 중앙당 본부 간부들만 감시하는 창광보안서 외에도 다른 정부 기구를 감시하는 또 다른 조직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비밀스러운 경찰 조직의 역할로 북한의 3대세습이 성공할 수 있었고, 수많은 간부들과 그 가족들이 숙청되거나 처형됐으며, 지금 김정은의 공포 통치도 먹히고 있다.

최근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이후 처형된 고위 관리는 2012년 17명, 2013년 10명, 지난해 41명으로 집계됐다.

김정은 체제에서도 간부들에 대한 잦은 인사와 숙청이 되풀이되는 것을 볼 때 공포 정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공포 정치는 권력층에 대해서는 충성심을, 그리고 일반 주민들에게는 일정 부분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충동적으로 변해가는 김정은의 롤러코스트 식의 인사와 즉흥적인 숙청은 엘리트들에게 반발심을 불러와 ‘양날의 칼’로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