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인턴기자] 최근 왕따·폭행 등 학교폭력을 리얼하게 다룬 드라마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주인공의 기상천외한 대처방법이 눈길을 끈다. 7일로 종방된 MBC 드라마 ‘앵그리맘’은 MBC ‘여자를 울려’, KBS2 ‘후아유-학교2015’ 등과 함께 소재로 주목 받았다.

   
▲ MBC '앵그리맘' 포스터

학생 위장 엄마부터 식당 아줌마, 이란성 쌍둥이까지

드라마 ‘앵그리맘’의 주인공 조강자(김희선 역)는 딸이 학교폭력을 당하자 10대 학생으로 변장해 딸의 학교에 잠입한다. 과거 ‘벌구포 사시미’로 불렸던 그녀는 녹슬지 않은 싸움실력으로 자신의 딸을 괴롭혔던 이들에게 통쾌한 액션을 선사한다.

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학교 앞 간이식당을 운영하는 주인공 정덕인(김정은 역)은 여형사 출신으로, 어느 날 상처투성이로 자신의 식당에 들어온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구하고 가해 학생들에게 정의의 주먹을 날린다.

드라마 ‘후아유-학교2015’는 주인공 이은비(김소현 역)가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등장한다. 따돌림에 시달리다 누명을 쓰고 학교에서 퇴학당한 뒤 자살을 시도한다. 이후 그녀는 가까스로 살아나 5살 때 헤어졌던 쌍둥이 언니의 인생을 대신 살게 된다. 유복한 환경과 많은 친구 등 새 인생을 살게 된 이은비 앞에 그녀를 괴롭혔던 가해 학생이 다시 나타나 이은비의 복수가 전개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MBC '여자를 울려' 포스터

학교폭력 대신 해결하는 '판타지'에 카타르시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현재 재학 중인 10대부터 자녀가 학생인 엄마 세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세 드라마에서 소재로 쓰인 학교폭력은 최근 들어 점차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쉽게 접하는 문제다.

시청자가 주목하는 것은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주인공의 자세다. 세 드라마 속 주인공은 가해 학생뿐 아니라 학교폭력을 방조하고 은폐하는 학교 선생님에게도 돌직구를 날린다.

‘앵그리맘’의 조강자는 “(학생이)왜 싸우냐 물어요? 아무도 지켜주지 못하니까. 보호자가 보호자 노릇을 못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싸울 수밖에 없는 거예요”라며 학생의 입장에서 대변한다. ‘후아유-학교2015’의 이은비 역시 학생의 입장에서 왕따 문제를 바라보며 “교실 안에 모든 사람이 날 싫어한다고 느끼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아마 없을 거예요”라는 말로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또 ‘여자를 울려’의 정덕인은 “선생이란 사람들이 복잡한 일에 얽힐까 전전긍긍 자기 앞가림 할 생각만 하면, 엄마들이 대체 누구를 믿고 애들을 학교에 보냅니까”라며 엄마의 입장으로 일갈한다.

   
▲ KBS '후아유-학교2015' 포스터

문제는 '실제 학교폭력' 드라마 못지 않은 것이 현실

학교폭력은 현실적인 문제다. 학교에서 따돌림과 폭행에 시달리던 송모양이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린 대전 여고생 자살 사건, 동급생에게 전깃줄 고문 등 심한 폭력을 당한 권모군이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 등 사회에 충격을 주는 학교폭력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학교폭력 사건 후엔 어김없이 가해학생의 처벌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 여고생 자살사건의 가해 학생은 교내봉사 등의 징계를 받았고,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가해 학생은 2년여의 징역을 받았다. 사건에 비해 약한 처벌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세 드라마는 한결같이 대다수 학교에서 학교폭력 대안으로 제시하는 담임선생님과의 대화, 상담센터 활용, CCTV 설치 의무화 등의 해결책을 사용하지 않았다. 현실의 대안이 시청자에게 해결책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드라마는 다소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문제 해결을 보여준다. 실제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사람들이 원하던 처벌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대신해 주는 것.

엄마가 10대 학생으로 변장하고, 학교 앞 식당 아줌마가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출신이고,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 언니가 내 대신 죽는 일은 현실에서 이뤄지기 어렵다. 이처럼 드라마 속 해결방법이 기상천외해질수록 곧 현실의 학교폭력 대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