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3Q 환손실 3585억 원 예상
대한항공도 항공기 리스 부채 5.04%↑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원달러 환율이 달러화 강세로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부채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 역시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여 정부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사진=연합뉴스

5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DART)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자본금은 3720억5882만 원, 자본 총계는 2046억98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주식회사의 자본 총계가 자본금보다 작아지면 투자금을 까먹기 시작하는데,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률은 44.86%로 부분 자본 잠식 상태다.

지난해 말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총계는 5210억9600만 원이었는데, 반년 새 60.72%나 감소했다. 이 같은 이유로는 급격한 달러 환율의 상승이 꼽힌다. 

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2시 기준 1418.6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소폭 내린 수준이지만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통상 항공사들은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료 등을 달러로 결제한다. 따라서 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항공사들의 부채는 급격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284억 원 씩 손실을 입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근거하면 올해 3분기 아시아나항공의 환손실은 3585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2분기까지의 부채율은 6544.5%로 평가되는데 환손실 규모가 불어나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 시장에서는 '킹 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되살아날 것 같던 여객 수요는 고환율에 꺾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는 계속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유가 증권 시장에서 자본 잠식률이 50%를 넘게 되면 즉각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며, 항공 주무 부처 국토교통부는 이 상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 해당 항공사에 대해 재무 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로선 당사가 할 수 있는 건 여객 노선 확대 등 본연의 영업 활동을 늘려가는 것 뿐"이라며 "환율·유가와 같은 외부 변수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항공은 속이 타들어 가는 모양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020년 11월 16일 대한민국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천명하며 대한항공을 통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원-달러 환율은 1107원 수준이었는데, 근 2년 새 311원 가량이 올랐고, 아시아나항공 부채도 이에 따라 부쩍 늘어 조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은 약 350억 원의 손실을 입고, 현금 흐름 측면에서는 190억 원씩 빚이 늘어난다. 금리가 1% 오르면 이자 비용은 470억 원 가량 더 부담하게 된다.

대한항공의 유동성 항공기 리스 부채는 2분기 기준 1조4526억110만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항공기 리스 부채는 6368억8625만 원으로 4.67% 늘어났다.

이처럼 금융 비용이 불어나면 신용 등급 하락 등이 우려돼 여러 모로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환율 변동폭이 커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기업 펀더멘탈은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무리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두 항공사들의 재무 상태가 달러 환율의 변동 탓이라고는 하나 근본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간을 질질 끌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재무 구조조정의 골든 타임을 놓쳤고, 현재와 같은 국면이 펼쳐졌다"고 꼬집었다. 

황 교수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를 마치면 '승자의 저주'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며 "관계 부처들과 한국산업은행이 대한항공에 대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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