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 전환기 선넘은 노조 집단 이기주의
[미디어펜=김태우 기자]11일 기아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과정 도중 전격적인 파업을 결정함에 따라 반도체 공급 부족,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어려운 국내 자동차업계의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문제 해결, 미국 IRA 대응 등에 전사적인 총력을 다해야 할 상황에 나온 노조의 파업 결정에 “지금이 과연 파업을 할 때인가”라는 아쉬움이 회사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기아 양재사옥./사진=기아 제공


특히 이번 파업의 주요 원인이 재직자가 아니라 퇴직자의 복지 사항이며, 또 현재 줄어든 복지 조항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것을 빌미로 파업을 벌인다면 과연 고객과 대중이 곱게 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의견이 대두됐다.

앞서 기아 노사는 지난 6월 22일 상견례 이후 두 달여 만인 8월 30일 1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9월 2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부결됐다. 임금안에 대해서 과반 이상인 조합원 58.7%가 찬성함에도 불구, 단체협약안 찬성률이 41.9%로 과반을 넘지 못했다.

모든 안의 가결이 필요했으나 단협안이 부결되면서 1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투표는 최종 부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차 잠정합의안은 노사의 합리적인 협상을 통6해 도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금안은 주요 내용이 기본급 9만8000원(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브랜드 향상 특별 격려금 15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수당 인상을 위한 재원 마련, 무상주 49주 지급 등이었다.

이외에 “국내 공장(오토랜드)이 PBV 등 미래차 신사업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도록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의 ‘미래 변화 관련 합의’와 함께, 단협안으로 경조휴가 일수 조정 및 경조금 인상, 건강 진단 범위 및 검사 종류 확대, 유아교육비 상향 등에도 노사가 합의했다.

노사가 합리적으로 도출한 잠정합의안임에도 불구하고 단협안 중 하나인 ‘퇴직자 차량 구매 할인 제도’가 1차 부결의 직접적인 이유로 꼽히면서, 협상 과정의 여러 맥락이 지엽적인 이슈에 철저히 무시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아에는 25년 이상 근무한 사원에게 명예 사원증을 지급하는 복지 제도가 존재하는데, 해당되는 직원은 2년에 한 번 자사 차량 구매 시 연령 제한 없이 3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노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성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것을 고려해 노사는 퇴직자 차량 구매 할인 제도를 만 75세까지 3년 주기로 25%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변경할 것을 합의했다.

노사는 퇴직자에 대한 과도한 복지를 조정하는 대신 재직자 복지를 강화하는 여러 방안에 대해서 함께 논의해 합의 결과를 도출했다.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단체협약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추진한 것. 특히 회사는 1차안 부결 이후에도 휴가비 인상 등 추가적인 복지 혜택 강화를 담은 안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에서 최종 파업을 결의했다. 기아 노조는 2021년 10년 만의 무파업을 결정했으나, 다시 1년 만에 파업에 나서면서 노사 간 갈등과 반목의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임금안과 단체협약안을 분리 투표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금 및 성과금을 다루는 임금안은 노조 집행부와 사측이 조합원들의 찬성을 이끌어낼 조건을 도출해 낼 여지가 높지만 단협안은 그렇지 않다. 

단협안에서도 임금성이나 복지 등 추가적인 유인책이 없을 경우 부결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의 전체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일부 단협안 조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단협안 자체를 부결하고 이를 빌미로 파업까지 결의한 것은 선뜻 이해할 수는 없는 결정이다.

기아는 지금 EV6가 2022년 ‘올해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고, 쏘렌토, 카니발 등 간판 차종들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국내외에서 많은 상황이다. 고객들은 차량 납기 기간이 길어진 어려움 속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퇴직자 복지를 위해 파업에 나선다고 하면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미국 자동차업계 빅3 업체들(GM, 크라이슬러, 포드)은 과거 퇴직자 의료보험 비용이 과도해 부도 상황까지 간 바 있으며, 결국 그 조항들을 모두 폐지한 바 있다. 기아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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