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월드 소믈리에 챔피언 마크 알머트 기용
"기내 건조함·저기압·소음·식단 등 종합 고려"
외항사서 서비스 중인 900여 종서 50종 엄선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사랑이란, 찾는 것이 아니다. 단지 거기에 있는 것이다."(와인 소재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 中)

   
▲ 대한항공은 내년 3월을 기점으로 기내에서 제공하는 와인 시리즈를 전면 개편한다./사진=대한항공 제공

13일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7 소재 포시즌스 호텔 6층 누리볼 룸에서 △퍼스트 클래스 19종 △프레스티지 클래스 21종 △이코노미 클래스 10종 등 기내 신규 와인 50종을 공개했다.

대한항공 측은 퍼스트 클래스에 호주산 와인인 헨쉬키 마운트 에델스톤 쉬라즈와 앙리 지로 아이 그랑크뤼 브뤼 MV17 샴페인을, 프레스티지 클래스에는 프랑스산 라 페리에르 메갈리트 상세르 와인을, 이코노미 클래스에는 독일산 닉 바이스 어반 리슬링 화이트 와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7일 기내식 리뉴얼의 연장선상에 있는 개편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새로운 대한항공'으로의 도약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새 와인들은 생산지 와이너리들과의 공급 계약 등 제반 절차를 거쳐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국제선 승객들에게 제공되며, 비매품이기 때문에 기내에서 구입은 불가능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존까지는 행선지별 와인을 제공했는데, 요컨대 앞으로는 독일행 승객도 호주산 와인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날 장성현 대한항공 최고 마케팅 담당 부사장(CMO)은 "기내 와인 서비스는 항공사의 고객 서비스 수준을 가늠케 하는 리트머스지"라며 "그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규 와인 선정 과정에는 정성과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기광 대한항공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앞으로 대한항공의 하늘길을 함께 하게 될 새로운 와인들에 대한 테이스팅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라며 "젊은 소믈리에들이 엄선한 제품들이 대한항공 대표 비버리지 서비스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 마크 알머트(Marc Almert) 보르 오 락 수석 소믈리에./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이처럼 대한항공 임원들이 새로움과 젊음을 강조했던 이유는 담당 소믈리에들의 나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신규 와인 서비스와 관련, 2019년 국제 소믈리에 협회 선정 월드 베스트 소믈리에 최연소 챔피언인 마크 알머트(Marc Almert, 당시 27세) 씨와 2021년부터 세계 정상급 항공사들의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최초 선정 와인은 900여종이었는데, 생산지·포도 품종·빈티지 등을 종합 고려해 150가지로 추렸고, 지난 11일부터 양일 간 알머트·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 라운지 비버리지 담당 이상준 소믈리에가 풍미를 비교해 점수를 매겼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이후 최종 낙점한 50종을 선보였다고도 했다.

현재 알머트 씨는 스위스 취리히 소재 보르 오 락(Baur au Lac) 수석 소믈리에로, 이 소믈리에는 칼호텔 네트워크 오퍼레이션 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이 점을 보아도 대한항공이 신규 와인 서비스에 얼마나 진심인지도 짐작이 가능했다.

알머트 씨는 "통상 기내는 지상보다 건조하고 기압이 낮고, 소음이 더 크다"며 "대한항공은 신선함과 건강에 초점을 맞춰 기내식을 제공하기 때문에 간을 세게 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조건들을 종합 고려해 달지 않고 타닌 함유량이 적어 한식에 맞는 와인을 찾았다"고 부연했다.

   
▲ 이상준 소믈리에가 와인잔에 '실루엣 샤르도네 2020'을 따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이후 시음을 해보니 '좋은 와인은 이미 옆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을 가진 '신의 물방울' 속 명대사는 과연 사실인 듯 했다.

이 소믈리에는 7년 간 숙성한 샴페인 '앙리 지로 아이 그랑크뤼 브뤼 MV17'를 소개했다. 이는 세계 3대 샴페인 중 하나로, 빈티지 대비 색상이 조금 더 진한 금빛을 자랑했다. 잔을 흔들어보니 은은한 허브와 커피향이 느껴지는 듯 했고, 다른 샴페인들 대비 뒷맛이 길게 남았다.

현장에는 각종 카나페 메뉴도 나왔는데,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와 특히 치즈와 같은 고형 유제품의 느끼함도 잘 잡아주는 듯 했다. 또 초코 쿠키 위에 화이트 초콜릿을 입힌 티라미수 돔과도 어울렸다.

화이트 와인인 실루엣 샤르도네 2020은 새 오크통에 담아 구운 빵 내지는 토스트 향을 내 여운이 남았다. 잔에 든 이 와인은 앙리 지로와 비슷한 색상을 냈는데, 화이트 페퍼 맛을 내 캐비어·사과·라임을 버무린 음식의 비릿함을 차단해줬다.

레드 와인인 헨쉬키 마운트 에델스톤 쉬라즈 2016은 호주산이다. 진함을 넘어 짙은 색이었던 이 와인은 올드 와이너리의 농축미를 뽐내는 듯 했다. 향을 맡아보니 블랙 베리나 자두, 향신료의 풍미도 느껴졌다.

후추 친 살라미와 점심 식사로 나온 닭가슴살 스테이크 등 육류와 찰떡 궁합이었다. 또 갈비살 테린·감자 그라탕·블랙 트러플을 얹은 음식의 느끼할 수 있는 부분을 상쇄해주기도 했다.

   
▲ 카나페와 대한항공 신규 와인·샴페인./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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