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판교 데이터센터에 서버 집중·화재발 각종 서비스 장애 대응 난항…비대위 출범·보상 논의 진행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메신저·금융·모빌리티·쇼핑 등 카카오의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불편을 겪은 가운데 카카오의 위기 대응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날 06시 기준 데이터센터는 95% 가량 복구됐으나, 카카오의 13개 서비스 중 정상화된 것은 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 등 4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태가 발생한 지 사흘째에도 카카오톡과 다음 및 카카오T를 비롯한 9개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면, 네이버는 포털·쇼핑·파파고 등 4개 주요 서비스 중 포털 검색 기능을 제외한 3개가 완전 복구됐으며, 검색도 일상 이용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시스템 이중화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측은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사실상 한 곳에 메인 시스템을 집중한 탓에 화재 등 재난 상황 발생에 대처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가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의 사과문에서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어서 이원화 조치를 적용하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10년 전에도 카카오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도 재조명되고 있다. 2012년 4월28일 LG CNS 가산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발생한 전력 공급 문제로 4시간 가까이 카카오톡·카카오스토리 이용에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단일 IDC에 전산설비를 맡긴 카카오가 다른 업체에 비해 타격이 컸다는 점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오는 24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도 출석할 전망이다. 

   
▲ 카카오톡 오류 메세지/사진=카카오톡 PC 버전 캡처

카카오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홍은택 공동체 센터장을 수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본사·주요 자회사 책임자들이 참여하고, △원인 조사 소위 △재난 대책 소위 △보상 대책 소위 등 3개 분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중 재난 대책 소위는 유사한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시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보상 대책 소위는 이용자·파트너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보상 정책을 수립하고, 피해 신고 채널을 마련해 접수를 받을 계획이다.

그러나 카카오 계열사 시가총액이 지난 14일 총 39조1660억 원에서 이날 개장 직후 10분 만에 35조 원대까지 급락하는 등 신뢰도 하락이 주가에도 반영되는 모양새다. 11시23분 기준 카카오 주가는 4만8400원, 카카오뱅크는 1만655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대비 5% 이상 떨어진 것으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게임즈도 각각 3만5050원·3만37150원으로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라인이 구글플레이·앱스토어 인기 차트에서 1위에 오르고, 티맵과 네이버지도도 상위권에 자리잡는 등 카카오과 경쟁 관계에 놓인 서비스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면서 "대통령실과 정부 및 정치권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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