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되는 미중 갈등…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번 울상
미국 상무부 제재 유예로 급한 불 껐지만 앞으로가 문제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수년 간 지속되고 있는 미중 갈등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한 미국이 한국 기업에 대해선 이 적용을 1년 유예하기로 해 큰 산은 넘겼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발표한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서는 1년간 건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반도체 장비를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미국 기업이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 이하 로직칩 등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장쑤성 우시에 D램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장비에 두 회사의 제품 역시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1년 간 미국의 허가 심사 없이 장비를 공급받게 되면서 당분간 중국 내 생산 활동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미국이 더욱 강도 높은 제재를 감행하게 될 경우 기업의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만 놓고 보더라도, 1년 뒤 한국 기업에 대한 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매번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이는 속도가 생명인 반도체 업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구상한 반도체 동맹 칩4(팹4, 한국‧미국‧일본‧대만) 가입 여부를 두고 업계에서는 상당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국가 차원에서의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한국 기업 입장에선 중국 역시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출 690억 달러 중 48%의 이익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이에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칩4 가입 여부에 대해 정부가 할 일과 기업이 할 일이 구분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중국에 먼저 이해를 구하고 미국과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중갈등에 대한 기업의 중‧장기 전략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외교가 뒷받침 돼야 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중 갈등이 불거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의 수출 비중을 줄이거나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기업 경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 모두 가능성이 무한한 시장이기 때문에 양자택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기업 나름대로 중‧장기 대책을 가져가겠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