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대내외 불확실성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취약한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수단도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3대 경영권 방어수단(차등의결권·포이즌필·황금주)이 불허된 가운데 소극적 방어수단만 행사 가능하고,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재계 등에서는 적극적인 방어수단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2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1년 자산 상위 100대 기업(금융사 포함)의 정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8곳에서만 정관에 경영권 방어 조항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한 방어수단도 이사 해임 규정을 상법 특별결의 요건보다 조금 더 강화(‘이사 해임 요건 가중 규정’)하거나 시차임기제 정도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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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사진=연합뉴스 |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경우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기존 이사를 해임하거나 정관 변경, 영업 양도 등이 이뤄진다. 기업들은 이에 대비해 정관에 결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전경련 조사대상인 자산 상위 100대 기업 중 7개사는 정관에 이사 해임 결의를 ‘출석 주주 의결권의 70/100 이상’으로 하거나 ‘발행주식 총수의 1/2 이상’ 혹은 ‘발행주식 총수의 2/3를 초과’하도록 해서, 상법에서 정한 특별결의 요건(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 찬성)을 조금 넘기는 수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사진의 임기가 일시에 만료되는 것을 막는 방어 수단이 ‘시차임기제’다. 통상 이사 임기가 3년인데, 이사 총원의 1/3씩 임기가 만료되도록 구성하면 경영권 공격세력이 주식 과반수를 매수해도 이사진 전체 교체가 어려워진다. 상장회사 이사진이 일시에 교체되는 경우가 드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시차임기제를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를 정관에 명시적으로 채택한 기업은 한 곳에 불과했다.
경영권 방어수단의 실효성도 낮아서, 시차임기제가 있는 D사의 경우 2006년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았을 때 별다른 대응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우리 기업들이 정관에 넣을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들은 △이사 해임 가중 요건, △이사 시차 임기제, △인수·합병 승인 안건의 의결정족수 가중 규정, △황금낙하산주 정도다.
이 수단들은 단지 주주총회에서 안건의 가결(통과)을 어렵게 하거나 임원진들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것을 막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해외 경쟁기업들이 △차등의결권,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황금주 등 적극적 방어수단을 활용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방어수단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도 주총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방어수단을 새로 채택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한진칼이나 교보생명 사례처럼 지배구조에 일시적 균열이 발생했을 때, 사모펀드들이 기업 지배권을 위협하고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글로벌 표준에 준하는 경영권 방어수단의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경영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당분간 안정적 경영이 중요하다. 경영권이 리스크가 불거지면 급변하는 시장에서 기업의 성장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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