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인턴기자] 웬만한 연예인보다 잘 알려진 PD가 있다. 통칭 ‘나PD’로 불리는 나영석 PD다.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부터 tvN ‘꽃보다 시리즈’, tvN ‘삼시세끼 정선·어촌편’까지 연달아 히트시키며 시청자에게 인지도를 높였다.

   
▲ 이승기 연못 / 사진=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방송 캡처

‘나PD 효과’ 본 사람들

‘1박 2일(시즌1)’은 나 PD의 이름을 처음 알리기 시작한 예능프로그램이다. 평균시청률 25.7%(닐슨코리아 제공·2012년 2월 기준)를 기록하며 출연자들의 인기가 크게 올라갔다.

‘1박 2일’ 출연진 중에서도 특히 이승기는 ‘1박 2일’ 촬영이 한창이던 2010년 한 해 동안 26편의 TV광고를 찍으며 약 100~25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SBS ‘찬란한 유산’,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MBC ‘더 킹 투하츠’ 등 드라마 주연은 물론이고 ‘1박 2일’에 같이 출연한 강호동과 SBS ‘강심장’ MC를 맡기도 했다.

이후 tvN으로 이적한 나 PD의 ‘꽃보다 시리즈’는 첫 방송부터 4.15%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1%의 시청률만 넘겨도 흥행이라는 케이블 채널에서 수도권 최고시청률 11.2%를 기록하는 등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민짐꾼’으로 등장하는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 등장 후 2년 동안 10편의 광고를 찍고 KBS2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 주연으로 촬영하는 등 가치를 재조명 받았다.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 등 일명 ‘할배’들도 단체 혹은 개인으로 TV광고를 연달아 찍었다.

   
▲ 사진=tvN 제공

나 PD 방송의 파급효과

나 PD가 맡은 방송은 시청자의 트렌드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1박 2일’·‘꽃보다 시리즈’가 방송되면서 각 방송에 등장한 장소들이 여행 명소로 떠올랐다. 시청자들은 전남 담양의 ‘이승기 연못’ 등에 찾아가 인증샷을 남겼고, ‘꽃보다 시리즈’ 촬영지를 묶은 관광상품을 예약해 여행을 떠났다. 여행사들에 따르면 방송 후 해당 여행지로 떠나는 송출객이 전년보다 20~30% 늘었다.

또 ‘요리하는 남자’, ‘먹방’ 등의 트렌드와도 밀접하다. ‘삼시세끼’는 정선편의 이서진과 어촌편의 차승원이 각각 자신만의 요리 스타일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차승원은 ‘삼시세끼’를 통해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요리 실력을 자랑했다. 시청자들은 인터넷에 ‘차승원 레시피 따라하기’ 등의 글을 올리며 차승원의 요리법을 공유했다.

나 PD가 흥행시킨 방송들은 새로운 포맷을 갖고 있어 다른 예능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출연자들이 놀러가 숙박하고 돌아오는 예능 포맷은 당시로선 흔치 않은 것이었다. ‘1박 2일’ 이후 SBS ‘패밀리가 떴다’, MBC ‘사남일녀’ 등으로 이어졌다. 또 정해진 루트를 관광하던 기존 여행 예능과 달리 출연자가 직접 고군분투하는 ‘꽃보다 시리즈’는 KBS1 ‘마마도’, SBS플러스 ‘보내줄 때 떠나라! 남자끼리’ 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 사진=tvN '삼시세끼 정선편' 방송 캡처

시청자, ‘스타 PD’에 주목해

나 PD가 KBS 예능국에서 tvN을 보유한 CJ E&M 혹은 종편으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처음 돌았을 때 관련 기사들이 뜨며 관심을 모았다. 2011년 당시 30억원을 받고 이적한다는 기사가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기대된다” 혹은 “KBS에 남았으면 좋겠다”며 찬성·반대로 나뉘어 의견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의 ‘스타 PD’로 불리는 사람은 나 PD를 포함해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KBS ‘개그콘서트’, ‘프로듀사’의 서수민 PD 등이 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무한도전’의 장수 비결에는 김 PD의 역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프로듀사’로 예능드라마에 도전하는 서 PD는 방송 이전부터 벌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관심이 PD에게 쏠리는 이유는 예능 포맷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과거에는 톱 MC·유명 연예인의 출연 여부가 중요했으나 점점 프로그램 자체의 콘셉트와 상황 설정 등이 시청자의 관심을 끈다는 평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유명 MC가 나오는 진부한 프로그램의 포맷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