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제도·파업제도·노사 관계 모두 노조에 유리
툭하면 기업인 처벌…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해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친기업을 표방한 정부가 출범했지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노동 개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노동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노동 조합에는 유리하고 기업에 대한 처벌은 엄격한 현행 노동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근로시간 제도 △파업제도 △노사관계 제도 △파견·기간 제도 △처벌제도 등 5가지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근로시간 및 파견제도 운용이 경직적이고, 파업 및 노사관계 제도가 노조에 유리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기업의 의무위반에 대한 처벌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내정 2주 만인 지난 6월 21일 공식 취임식을 가지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다만 취임식을 위한 출근 과정에서 노조와의 대화 없이 누워있는 노조원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며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사진=금융노조 산은지부 제공

주요 선진국 대비 엄격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필요

한국의 근로시간 제도는 주요국에 비해 규제가 엄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이중 규제하지만, 미국·영국은 주 단위, 독일은 일 단위의 근로시간만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 연장근로시에도 1주에 12시간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반면, 미국은 제한 없이 근무를 할 수 있다. 일본은 월 또는 연 단위, 프랑스는 연간 기준으로 총량 범위 내에서만 연장근로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유연근무제도 역시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경직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의 단위 기간이 6개월, 1개월로, 주요국에 비해 가장 짧았다. 탄력적 근로시간의 경우 미국·일본·독일·영국은 1년, 프랑스는 3년까지 가능하다. 선택적 근로시간의 단위 기간도 미국·독일·영국·프랑스는 노사 간 합의에(일본은 3개월) 따라 기간을 정할 수 있어 우리나라보다 유연하게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또한 미국·일본·독일·영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각 업무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근로시간 규제 예외 제도도 있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은 고소득·전문직 근로자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고도프로페셔널’제도가 있고, 독일은 초과근무를 저축하고 원할 때 쉬는 ‘근로시간계좌제’, 영국은 정해둔 근로시간 없이 일한 만큼 시급을 주는 ‘0시간 근로계약’ 등이 있다.

전경련은 “코로나 19 이후 기업 현장에서 근무시간과 업무공간에 대한 개념이 바뀌고 있다”며 “시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일하도록 지원하는 근로시간제 개편과 유연근로시간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조 직장점거 허용‧사용자 대체근로 금지되는 유일한 나라 한국

한국은 주요국(미·일·독·영·프)과 달리 사용자가 노동자 파업으로 인해 중단된 업무를 대체할 신규 채용, 도급, 파견 등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독일·프랑스·영국은 쟁의행위시 직장점거를 위법으로 금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부분·병존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주요국은 사용자의 재산권, 점유권, 영업의 자유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노조의 직장점거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파업 중 대체근로도 금지하면서 노조의 직장점거도 허용하다 보니,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또한, 미국과 독일은 비종사근로자의 사업장 출입을 거부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비종사근로자의 사업장 출입이 가능하다.

전경련은 “파업시 노조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다양하지만, 사용자의 권리는 미흡한 편”이라며, “산업피해 최소화를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대체근로 허용 및 직장점거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당노동행위, 한국 ‘사용자만 규제’ vs. 해외 ‘노조도 같이 규제’

우리나라는 사용자만을 부당노동행위의 가해자로 간주하고, 부당노동행위시 형사 처벌한다. 반면 미국·캐나다·호주는 노조와 사용자 모두 동일하게 부당노동행위 대상자로 규율하고, 형사처벌은 하지 않는다. 일본은 사용자만 부당노동행위 대상이지만,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 독일·영국·프랑스는 부당노동행위를 규율하는 제도 자체가 없다.

부당노동행위시 한국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은 시정명령을 미이행할 경우 구금 또는 벌금이 부과되고, 일본은 시정명령 위반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 엔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전경련은 부당노동행위 규정이 노사 모두에게 적용되고, 형사처벌을 다른 나라들처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파견‧기간제 활용’ 제한적인 것도 문제

전경련은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파견·기간제 활용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파견 가능한 업종과 기간을 모두 제한하기 때문이다. 파견의 경우 사용 범위가 경비·운전 등 32개로 한정되고,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과 파견근로자 파견 기간이 최장 2년으로 제한된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경우 파견·기간제 관련 업종 제한이 없고 기간도 무기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건설, 의료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 파견직을 허용하고, 기한은 파견제는 무제한, 기간제는 3년으로 제한하지만 계속 갱신이 가능해 사실상 무기한 활용이 가능하다.

전경련은 “우리나라는 직접 고용의무만을 강조하여, 파견제·기간제 운용이 경직적이라 유연한 인력운영에 제약이 된다”며 “파견제 허용 범위를 늘리고 기간단위를 3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툭하면 기업인 형사처벌, 처벌중심 노동법제 개선해야 

한국의 노동관계법상 의무위반에 대한 사용자 처벌이 주요국에 비해 엄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법 위반시 모두 벌금에 이어 징역까지 부과되지만,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는 노동법 위반시 벌금형이 대부분이고, 일부 국가에서 위반사항이 고의적이고 반복될 때만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광범위하고 처벌 수준도 엄격해, 거의 유일한 해외사례인 영국과도 대비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하청업체의 사고 발생시 원청사업주와 하청사업주가 동일한 의무를 질 뿐만 아니라, 원청업체의 사업주와 법인이 동시에 처벌받는다. 

반면 영국은 처벌 대상을 법인으로 한정하고 원청의 책임도 사안별로 판단해 부과한다. 

전경련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준수해야 할 규정이 모호한데다, 처벌 수준도 높아 산업현장의 혼란과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노동법 위반에 대한 처벌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변화하는 산업구조와 근로자들의 인식수준에 맞춰 과거의 경직적·획일적 노동법에서 벗어나 현실에 적합하고 유연한 노동법이 필요하다”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노동개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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