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환 해수부장관 “해운운임, 올해만 67% 하락... 선제적 대응 필요해”
국적선사 경영 안전판 마련, 친환경・디지털 전환 등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급격한 해운 운임 하락으로 해운수지에 악영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HMM 등 국적선사에 3조 원을 투입하는 내용을 담은 해운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다. 

   
▲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해운산업의 선제적 위기 대응을 위해 3조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해운수지는 우리나라 전체 서비스수지의 약 31%를 차지한다. 지난해 11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큰 폭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지만 운임 하락이 지속될 경우 해운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장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3년 동안 이례적으로 상승한 해상 운임으로 인해 해운산업은 호황기를 맞이했지만, 올해 들어서만 운임이 67% 하락하는 등 대외적 여건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선제적인 정책 수립을 통해 다가올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해운수지는 한진해운 파산, 해운 불황 등의 여파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기록해오다 지난해 겨우 흑자로 전환됐다. 그러나 해운수지는 세계 해상 운임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임 하락에 따라 흑자폭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해운 운임은 컨테이너선과 건화물선 모두 팬데믹 기간 소비재 수요가 증가하고 세계 주요 항만 정체 등 물류난으로 인해 이례적 수준으로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 세계 경기 침체, 항만 정체 완화 등으로 급격한 하락세로 전환됐다.

실제로 상하이컨테이너 운임(SCFI) 종합지수를 보면 2019년 811에서 2020년 1265, 2021년 3792, 2022년 1월 5110로 증가했지만 지난달에는 1698을 기록했다. 건화물 운임 지수 역시 올해 1월 2285에서 10월에는 1534로 감소했다. 
 
더욱이 내년도 선박공급 증가율(8.1%)이 물동량 증가율(2.5%)을 상회하고 북미와 유럽향 물동량의 증가폭이 둔화돼 전체 컨테이너 해상 운임은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며, 건화물 운송 역시 중국의 생산 중단 반복, 러시아 전쟁 등으로 원자재 수요가 위축돼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최근의 운임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고운임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선사들은 올해 역대 최대의 영업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국내 선사들은 지난 3년간의 호황기에 현금성 자산을 축적해 저(低)시황기 대응 능력을 상당 부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해수부는 분석했다.

특히 HMM을 포함한 원양선사는 지난 3년간 선복량이 2배 가량 확대돼 원가경쟁력이 높아졌고, 전 세계적으로 3대 얼라이언스 주도의 안정적 운영형태가 정착돼 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됐다. 

조 장관은 “다만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역내 항로를 운송하는 중소 선사의 경우 경쟁이 심화돼 운임이 더 이상 하락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세계 7위,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한진해운 파산으로 물류망을 상실해 수출입 물류난을 경험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국적선사 경영 안전판 마련 △해운시황 분석・대응 고도화 △해운산업 성장기반 확충 △친환경・디지털 전환 선도의 체계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위기 발생에 대비해 3조 원 규모의 국적 선사 경영 안전판을 마련한다. 고위험 선사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을 지원하고 환경규제 등 각종 외부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우선 5000억원 규모, 선사 수요에 따라 최대 1조 원 규모의 위기대응펀드를 조성한다. 

이와 함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선사를 대상으로 투자요율과 보증요율을 대폭 인하(2500억 원 규모)하고, 선사의 유동성 위기 발생시 신속한 지원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500억 원 규모)도 마련한다.

또한 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가 1조 7000억원 규모로 2026년까지 최대 50척의 선박을 확보해 국적선사에 임대해주는 공공 선주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저시황기 국적선사에 대한 지원 여력 확대를 위해 해진공의 자본금 확충, 중복항로 조정 등의 효율화도 추진한다.

이외에도 정부는 위기 발생에 대한 사전 감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선종, 항로, 규모별 선사를 구분하고 각 군(群)별로 경제상황 및 시황 변동이 미치는 영향을 세분화해 선사군(群)별 위기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선·화주의 자율적 상생 체계를 조성하기 위해 기존 우수선화주 인증제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조 장관은 “내년부터 현존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가 시행돼 친환경 선박 신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민간의 선박투자 유인을 확대해 선박 금융조달 방식을 다변화하고 국적선사와 수출 기업의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해외 주요 거점 항만의 터미널과 공동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조 장관은 “국제해사기구(IMO)와 협업해 미래연료 사업화 방안을 마련하고 친환경 선박인 저탄소․무탄소 선박 핵심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2026년까지 광양항에 완전 자동화항만을 구축하는 등 해운산업의 디지털 전환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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