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이어 DB생명도 "콜옵션 행사일 연기"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레고랜드에서 시작돼 흥국생명으로 이어진 채권시장 리스크가 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행사권) 행사 문제로까지 이어 붙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당국이 발 빠른 대응에 나서며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이와 같은 움직임 자체가 현재 채권시장의 불안감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 레고랜드에서 시작돼 흥국생명(사진)으로 이어진 채권시장 리스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 자금경색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레고랜드 쇼크’로 시장이 한 차례 충격을 받은 가운데 흥국생명 역시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약정을 미이행하겠다고 최근 밝히면서 파문이 일었다. 도미노처럼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가운데 지난 4일엔 DB생명도 이번 이슈에 이름을 올렸다.

DB생명은 당초 오는 13일로 예정됐던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일을 내년 5월로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300억원 상당의 빚 변제일을 더 늦추기로 결정한 것이다. 흥국생명에 연이어 DB생명까지 비슷한 상황이 되자 금융당국도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곧장 보도자료를 내며 설명에 나섰다. ‘DB생명과 투자자 간 쌍방 사전협의가 있었고 이번 결정은 조기상환권 행사 기일을 연기한, 즉 계약 세부내용을 변경한 것이지 조기상환권을 미이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준 것이다. DB생명 사례는 흥국생명과 성격이 다르며 규모도 작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앞선 흥국생명의 채무불이행 사례에 대해서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은 바 있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미행사한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발행만기가 30년이므로 최종 만기일은 2047년 11월 9일이다. 아울러 발행사의 조기 및 만기 상환에 대한 법적인 의무도 없다. 콜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문제나 부도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콜옵션 미행사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이 후순위채를 조기상환하지 않았던 사례 이후 13년 만이자 국내에서 두 번째 사례다. 그나마도 우리은행은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되자 다음 상환일에 조기상환하며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

오히려 당국이 이렇게 이례적으로 발 빠른 ‘대리변명’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야말로 이번 사태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회사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국내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자 경계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가 레고랜드 쇼크로 유동성이 막힌 상황에서 연속되고 있다는 그 맥락이 중요한 것”이라면서 “해외 채권시장이 국내 기업들을 외면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시작될 가능성을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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