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반토막…'증권사 인수의지' 우리금융 행보 '주목'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갔던 증권업계 분위기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사면초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주식시장을 빠르게 떠나면서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구조조정설이 돌면서 업계 분위기마저 뒤숭숭해진 모습이다. 이 가운데 증권사 매물을 물색하고 있던 우리금융지주와 수협중앙회 등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린다. 

   
▲ 작년까지만 해도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갔던 증권업계 분위기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사면초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업계 ‘위기 시나리오’가 다각도에서 전개되며 업계 긴장감이 올라가고 있다. 이번 위기의 근본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데이터는 역시 ‘실적’이다.

올해 3분기 국내에서 영업 중인 증권사들 대부분은 작년 대비 반토막 수준의 처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 정도가 선방했지만 이들 역시 위기감에선 결코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증권사들의 실적 감소는 거래대금 급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586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11조7178억원과 비교하면 35.26% 급감한 수준이다. 

올가을 이후 국내 증시 급락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시장을 외면하는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달 투자자예탁금 평균액 역시 약 48조619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 66조7305억원 대비 27.14% 줄어든 모습이다. 투자자예탁금이 50조원 이하로 떨어진 건 증시 열풍이 일기 시작했던 2020년 7월 이후 최초다. 단, 거래대금‧투자자예탁금 감소분에 비해 증권사들의 실적 타격은 더욱 세게 오고 있다. 

여기에는 유동성 위기가 한층 아래의 위험요소로 도사리고 있다. 최근 레고랜드에서 촉발된 자금경색 사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가 큰 회사들에게는 아슬아슬한 위협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유동성 공급 계획을 내놓았다고는 하지만 신용 리스크는 여전히 살아있다.

흉흉한 분위기 속에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정보지까지 돌더니, 실제로 케이프투자증권이 법인부와 러서치사업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며 위기설에 무게를 실었다. 정보지에 거론됐던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업계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는 전망에는 상당히 힘이 실린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 증권 자회사를 보유하지 못한 우리금융그룹의 움직임에는 더욱 특별한 시선이 쏠린다. 지주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자산운용사 등 금융자회사 인수의지를 피력한 수협중앙회의 행보에도 업계 관심이 크다. 이들이 일부 회사를 인수‧합병할 경우 이번 위기가 업계 재편의 모멘텀이 되면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우리금융의 조건에 맞는 매물이 여전히 마땅치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유동성 위기가 예상치 못한 매각과 피인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리테일과 자산관리(WM) 부문에 방점을 찍고 있는 우리금융의 기준에 부합하는 매물은 아직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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