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우리 술의 전통 제조과정과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의 술에 얽힌 애주사를 민속·풍속적이며 미생물과학으로까지 전개한 술 인문역사교양서 '응답하라 우리 술'이 도서출판 깊은샘에서 출간됐다.

저자 김승호는 경제학을 전공한 뒤 15년 가량 금융·IT 분야를 취재한 기자 출신으로, 국무총리실과 국회에도 몸을 담았다. 이후 술문화에 천착, 7년 전부터 양조장을 돌며 술도가 기행문을 쓰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정성과 시간으로 우려낸 주류문화가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아 국가와 자본에 의해 '박제화 된 전통'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맞는 유교 질서(봉제사 접빈객) 속에서의 술이 조선이라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중심축이었으나, 20세기 초중반 겪어야 했던 슬픈 역사가 우리 술의 왜곡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생물학과 교수와 국세청 주류면허 담당관 및 안동소주·한산소곡주·문배주·삼해약주 전문가 등과 만나 젊은 양조인들과 전통 명주장인들에 의해 재현되고 있는 크래프트 주류의 개성과 고집이 빚어내는 창조적인 주류 양조 과정에서 '소비하는 전통'이라는 솔루션도 찾는다. 

서민의 애환이 깃든 막걸리와 소주가 제대로 대접받아 '아는 만큼 더 잘 즐기며 마실 수 있는' 건강하고 풍성한 술 문화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이 책은 △술의 탄생과 역사 △우리 술의 제조 과정 △오늘에 이르는 과정 등을 소개한다.

제1편 '술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인류 문명사에서 술, 특히 곡물발효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술은 문명이 꽃핀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는 향정신성물질이었다는 것이다.

제2편 '응답하라 우리 술, 막걸리'는 술맛의 근원과 밀·쌀막걸리의 전성기 및 금주법 등을 주제로 한다.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밀 대신 포도를 비롯한 과일로 발효주를 만들었으나, 한반도에서는 쌀 대신 충분한 알코올 도수를 낼 수 있는 재료가 부족했던 탓에 주식으로 발효주를 제조했던 스토리도 전한다.

제3편 '응답하라 우리 술, 소주'의 경우 백석·이상화의 시 및 '영화 말모이' 등과 연결시켜 소주의 역사를 추적한다. 희석식 소주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알코올 도수가 낮아진 과정도 담아냈다. 

김진만 전남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청산녹수 대표)는 추천사를 통해 "김승호 작가는 우리 술의 발효 효소인 쌀과 보리, 각종 곡물의 발효 과정과 누룩을 만들 때 미생물의 화학반응까지 꼼꼼히 기록하며 우리 술의 풍미와 좋은 맛이 어떻게 우러나는지를 미생물과학적으로 밝혀내고 있는 놀라운 저작을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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