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이익 위해 원가 높여 고가매입... 2세 배당금 원천
직접 이익 본 동일인 2세들은 직접 증거 못 찾아 고발 못해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한국타이어가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 이익을 보전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아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그러나 정작 이익을 본 동일인 2세들은 직접 증거를 찾지 못해 검찰 고발이 불발됐다.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테크노플렉스 전경./사진=한국타이어 제공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와 타이어 몰드를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행위에 대해 부당지원행위 및 사익편취행위라고 판단, 이를 제재키로 했다고 밝혔다.

황원철 기업집단국장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업집단 한국타이어 소속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몰드를 고가로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80억 원을 부과하고 한국타이어를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타이어 몰드는 타이어 생산 공정 중에서 그린타이어, 민무늬타이어라고 불리는 그런 원형 타이어에 타이어 패턴 디자인, 무늬, 고객사 로고 등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틀을 말한다. 타이어 몰드 가격은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인치나 난이도 등이 중요한 가격결정 요소다. 

   
▲ 타이어 몰드 이미지./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날 발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2년부터 제작 난이도·인치별로 몰드 가격을 세분화하는 단가 정책 수립을 추진했고 2014년 2월 한국프리시전웍스(MKT)가 매년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신단가 정책을 수립·시행했다.

우선 한국타이어는 MKT로부터 매입하는 몰드에 대해 판관비 10%, 이윤 15%를 보장했는데, 이는 동종업계는 물론 기존에 한국타이어 자신도 활용하지 않던 이례적인 방식이었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상 제조원가를 실제 제조원가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하고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목표 매출이익률(40%) 이상이 실현되도록 신단가표를 설계했다.

이와 함께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적용으로 가격인상 폭이 큰 유형의 몰드는 주로 MKT에 발주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작은 몰드는 비계열사에 발주하는 발주정책도 함께 마련했다.

이러한 신단가표 하의 거래조건은 한국타이어 스스로 조사한 경쟁사의 가격보다 약 15% 높았고 기존 단가 적용 대비 매출액이 16.3% 증가하는 등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적용으로 과도한 가격인상 부담이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MKT 인수에 따른 차입금 상환과 영업이익 보전을 위해 이 사건 지원행위를 장기간 실행했다.

이 사건 지원행위의 결과 MKT는 지원기간 동안 높은 매출과 이익(매출액 875억 2000만원, 매출이익 370억 2000만원, 영업이익 323억 7000만원)을 실현했다. MKT 매출이익률은 42.2%에 이르는데 이는 경쟁사 대비 12.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 기업집단 한국타이어 소유지분도./자료=공정거래위원회


황 국장은 “한국타이어의 이러한 지원으로 인해 MKT는 경영성과가 크게 개선되는 등 경쟁조건이 부당하게 제고되고 국내 몰드 제조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강화할 수 있었고 고가매입 행위로 인해 관련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도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 사건 지원행위로 인해 MKT가 수취한 이익은 MKT 인수 시 발생한 차입금 상환과 MKT 주주인 특수관계인들에게 지급된 배당금의 원천이 됐다”라며 “MKT는 2015년까지 MKT홀딩스 합병 시 인수한 잔여차입금 348억 5000만원 상환을 완료했고 이후 동일인 2세(조현범, 조현식)에게 총 108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황 국장은 “이번 조치는 한국타이어에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를 수직계열화하는 과정에 특수관계인이 상당한 지분을 취득한 후 그 계열사에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가격 정책을 시행하는 방식을 통한 부당내부거래를 제재한 사례”라며 “특히 부품 가격 인상 및 계열사 이익 보전 수단으로 원가를 과다계상하는 방법 등을 활용했음을 입증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공정위는 수직계열화를 명분으로 한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계열회사를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주현황./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편 한국타이어의 부당내부거래로 직접적인 이익을 본 조현범, 조현식 등 동일인 2세들이 검찰고발 대상에서 빠져있는 이유를 묻자, 황 국장은 “이 사건 정책의 핵심 내용이 원가과다계상과 가격인상 부분인데, 그 부분에 대한 지시 관여 증거가 위원회에서 입증되지 못했다고 판단해 고발조치까지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답했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