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규제입법 분석…10건 중 9건 의원입법
끊임없이 생성되는 규제들. 10년째 1.5만건 수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지난 5년 동안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경제적 규제가 지속 증가한 것으로 분석돼 규제 혁신 체감도 향상을 위해서는 기존 규제 개선 뿐 아니라 신설‧강화 규제를 관리하는 규제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규제정보포털로 본 규제입법현황과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신설‧강화된 규제 법률은 총 304건(공포 기준)이다. 그중 절반에 달하는 151건이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경제적 규제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5년 동안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경제적 규제가 지속 증가한 것으로 분석돼 규제 혁신 체감도 향상을 위해서는 기존 규제 개선 뿐 아니라 신설‧강화 규제를 관리하는 규제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그래프=대한상의 제공


특히, 기업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저해하는 진입 규제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경제적 규제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75.5%, 114건)을 차지했다. 그 외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관련 경쟁 규제가 22건(14.6%), 가격 규제는 15건(9.9%)으로 조사됐다. 

규제 법률은 규제 조문을 포함하고 있는 법률을 말하는 것으로, 정부발의법안은 규제조정실이, 의원발의법안은 법제처가 규제 여부를 결정해 규제정보포털에 공개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규제정보포털에 공개된 규제 법률을 전수 조사해 최종 공포된 법률을 분석해 얻는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 304건의 규제 법률 중에는 처벌 기준을 신설하거나 과태료‧과징금 상향 등 벌칙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도 101건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처벌 기준을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법률은 66건, 과태료‧과징금 상향을 담은 법률은 35건으로 나타났다. 

곽노성 연세대 교수는 “지나친 형벌위주 접근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며 “사업추진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잘못으로 과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기업이 도전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는 기존 사업에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국내 사업을 축소하고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0건 중 9건은 의원입법(89%) 거쳐 제·개정 

보고서는 304건의 규제 법률을 입법 주체별로 분석한 결과, 의원 입법이 총 271건으로 나타났다며, 신설·강화된 규제 법률 10개 중 9건은 의원 발의에 따른 입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원 발의된 규제 법률안은 정부 발의와 다르게 규제 영향 평가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규제관리의 사각지대’로 작동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의원 입법의 경우 규제 영향 평가를 거치지 않고 입법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입법을 중심으로 규제 법률이 입법되는 경향이 있다”며 “면밀한 검토 없이 발의된 규제 법안이 상호충돌이나 중복을 야기할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규제법률이 이렇게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규제 개선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규제들…10년째 1.5만 건 수준

줄어들지 않는 규제 수도 규제 개혁이 실질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등록된 규제 현황을 집계한 결과, 10년째 1만5000여 건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규제를 없애려 노력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규제를 끊임없이 만들어 냈다는 뜻이다. 

올해 5월 기준 등록규제는 1만4961건으로 10년 전 정부가 발표한 1만4857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규제 환경 개선 속도가 더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OECD가 1998년 이후 5년마다 발표하는 상품시장규제(PMR: Product Market Regulation)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년째 규제 수준이 높은 TOP 9 국가에 속해있다. 특이한 점은 1998년 첫 평가에서 우리나라보다 규제가 강했던 포르투갈, 체코, 헝가리 등 7개국 중 터키를 제외한 국가들은 이미 규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민창 조선대 교수는 “규제 환경에 대해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OECD의 상품시장규제지수만 봐도 규제 환경 개선이 얼마나 더딘지 알 수 있다”며, “시장의 고도화와 신산업 창출에 따라 규제 법령이 증가하는 것은 필연적인 수순이나, 통제 위주의 규제 관리는 오히려 산업 혁신을 저해한다”면서 “규제의 수와 품질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속도감 있는 규제 개혁을 위해 보다 과감한 시도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 시스템 개선 위해 전 방위적 개편 필요

보고서는 성공적인 규제 개혁을 위해 △의원입법영향평가 도입 △규제법령 통폐합 △규제관리제도 강화 등 규제관리시스템의 전방위적 개편을 제안했다. 

첫 번째로 의원발의 규제 법안에 대해 입법 영향 평가를 실시해 과잉 입법을 방지하고 입법품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발의 규제법안에 대한 국회입법조사처의 규제영향분석을 제도화해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 법안이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법안 발의를 사전에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발의 법안에 한해 규제 영향 평가를 진행하는 반면, 미국 프랑스, 영국, 독 일 등 주요국의 경우 의원 입법에 대해서도 영향 평가를 실시 중이다. OECD에서도 2017년 규제개혁보고서를 통해 의원 입법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으로 입법 품질 강화’를 권고한 만큼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의원입법영향평가 도입 법안들의 조속 입법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기존 규제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해 규제 법령 통폐합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서로 다른 법률에 의해 유사한 내용이 중복적으로 적용되는 규제, 시대 상황에 맞지 않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규제는 기업의 혼란과 부담을 가중시키는 만큼 과감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유해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기업은 화학물질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유사한 내용의 화학물질 취급 정보를 환경부와 고용노동부에 별도 제출해야 해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또 3륜차(1종 소형) 면허는 1984년 이후 발급이 전무해 사문화 됐으나 여전히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명시돼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규제 관리 제도의 실효성 강화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규제비용관리제를 도입한 이래 규제 순비용 감축 현황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에 반년 간 5587억 원의 규제 비용을 감축한데 비해 지난해에는 감축 실적이 3265억을 기록했다. 보고서는 그 원인을 부처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 정부가 제도 개선을 위해 ‘원인투아웃(One in, Two out)’방식의 규제비용감축제 도입, 부처별 유연한 감축 목표 설정 도입 계획을 밝힌 만큼 제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 비용 절감에 따른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실 옥혜정 팀장은 “규제는 한번 도입하면 없애기 어렵고, 개선이나 폐지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규제신설은 더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규제 개선뿐만 아니라 규제의 생성부터 유지 및 관리, 폐지에 이르기까지 규제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보완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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