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학교폭력(학폭) 전력이 남긴 어두운 그림자가 길고도 짙다. 키움 히어로즈의 토종 에이스 안우진(23)이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내고도 '최동원상' 후보에서 제외됐다.

최동원상 시상을 주관하는 최동원기념사업회는 올해 9회째를 맞이하는 최동원상 수상 후보에서 안우진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제9회 BNK부산은행 최동원상' 시상식은 오는 17일 오후 3시 부산MBC 드림홀에서 열린다.

최동원상 후보 선정 기준은 ▲선발 등판 25경기 이상 ▲180이닝 이상 ▲12승 이상 ▲150탈삼진 이상 ▲퀄리티 스타트 15경기 이상 ▲평균자책점 3.00 이하 ▲ 35세이브 이상 등 7개 항목이다.

이 기준을 통과한 투수는 안우진을 비롯해 김광현(SSG 랜더스), 케이시 켈리, 아담 플럿코, 고우석(이상 LG 트윈스) 등 5명이다. 고우석만 구원투수이고 나머지 4명은 선발투수들이다.

   
▲ 사진=키움 히어로즈


특히 안우진의 성적이 돋보였다. 안우진은 올해 정규시즌 선발 30경기(리그 2위), 평균자책점 2.11(1위), 15승(공동 2위), 196이닝(1위), 224탈삼진(1위), 퀄리티스타트 24회(1위) 등 세이브 부문을 제외한 6개 항목에서 모두 기준 조건을 충족했다. 후보에 오른다면 가장 수상이 유력한 후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동원기념사업회는 안우진을 후보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안우진이 과거 고등학교 시절 학폭 가해자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강진수 최동원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안우진은 올 시즌 성적만 보면 강력한 수상 후보 가운데 한 명이지만,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징계를 받았다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며 "최동원은 연세대 시절 선배의 폭행으로 야구계를 떠날 뻔했던 대표적인 학폭 피해자다. 최동원은 스포츠계 폭력을 없애기 위해 분주히 뛰었다"고 안우진을 후보에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강 사무총장은 "최동원상은 객관적 기준뿐 아니라 페어플레이, 희생정신, 헌신과 동료애 등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최동원 정신'을 선정 기준으로 삼아왔다. 이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안우진은 스포츠계에서 폭력을 추방하고, 선수 간 차별을 철폐하려 노력한 최동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후보자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동원상 시상식은 고(故) 최동원의 등번호 '11번'에 맞춰 매년 11월 11일에 개최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부산에서 메이저리그 올스타팀 초청 'MLB 월드투어'가 열리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상식을 17일로 미뤘다. 'MLB 월드투어'가 갑자기 취소됐지만 시상식 일정을 다시 조정하기가 어려워 그대로 17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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