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 '정통 현대맨'이자 손꼽히는 '물류전문가'
정부, '호실적' HMM 매각해 공적 자금 회수 추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해운산업 재건'의 마지막 단추로 꼽히는 HMM이 김경배 대표이사 사장의 취임과 함께 호실적을 이어가며 관심을 모은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에게 시선이 쏠린다. 약 6년여 만의 HMM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막중한 임무와 함께 주주가치 희석 방어까지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사진=HMM 제공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HMM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한 2조601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1062억 원으로 27.1%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3.3% 증가한 2조6053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15조589억 원, 영업이익은 8조6867억 원, 당기순이익은 8조6701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HMM은 유가 상승 등 매출원가가 올랐음에도 상반기 컨테이너 시황 강세로 호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수익성 개선 노력, 주요 화주 영업 강화 등을 통해 올해 누적 영업이익률은 57.7%를 달성했다. 

HMM은 향후 안정적인 선대 포트폴리오 구축,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 디지털 고도화 등 지난 7월 발표한 중장기 경영전략을 이행해 글로벌 선사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나간다는 방침이다.

HMM은 올 4분기 주요 서방 국가의 엔데믹 전환 이후 서비스 부문으로의 소비 이전, 금리 인상에 따른 구매력 감소, 대형 소매업체들의 재고 증가 등으로 인해 연말까지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HMM의 연이은 호실적에는 김경배 사장의 리더십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김 사장의 취임이후 HMM이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5년 간 1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물류통'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영 역량은 물론 조직관리 능력과 전문성 등도 두루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채권단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 사장이 현대차그룹 '장수 CEO'로 남을 수 있던 배경에는 뛰어난 통찰력과 과감한 추친력, 탁월한 사업수완이 있다. 김 사장은 현대글로비스 대표에 앉은 이후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했었다.

지난 2009년 현대글로비스 매출은 3조1927억 원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8조 원을 돌파했다. 2012년에는 사상 최초로 매출 11조 원을 기록했다. 김 사장이 현대글로비스를 떠나기 전 달성한 마지막 매출은 16조 원으로, 그가 취임한 첫 해와 비교할 때 412% 넘게 성장한 수치다.

더욱이 HMM이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김 사장은 상승곡선을 유지할 적임자였다. 2020년 현대상선에서 사명을 변경한 HMM은 그해 영업이익 9808억 원으로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물류난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7.5배 성장한 7조3775억 원을 기록했다. 

HMM은 올해 상반기에도 6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부채비율 역시 45.7%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다.

   
▲ 14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서 김경배 HMM 사장이 중장기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남은 과제는 민영화, 김경배 사장 수완 기대

호실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2016년부터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HMM 민영화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사장 역시 단순히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넘어 민영화 완성이라는 과제를 부여받게 됐다. 

현재 HMM 최대주주는 지분율 20.69%의 산업은행이다. 이어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가 19.96%, SM그룹이 5.52%, 신용보증기금이 5.02%씩 들고 있다.

한편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9월 HMM 민영화와 관련해 산업은행 정관 40조 4항인 '직접 보유 중인 주식 중 투자목적이 달성된 경우에는 해당 주식을 거래방식을 고려한 시장가격으로 신속히 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강 회장은 당시 "정상기업이 됐기 때문에 빠르게 매각하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HMM은 우리나라 전체 해운산업의 그림에서 봐야 하기 때문에 정부 부처 간에 여러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HMM의 인수 후보군으로는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SM그룹 등이 거론된다. 이런 까닭에 올해 등장한 김경배 사장의 선임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 사장은 지난 1990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수행비서로 약 10년 간 근무한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비서실장 등을 지낸 '정통 현대맨'이다.

이에 채권단인 산은이 '옛 현대상선'인 HMM에 다시금 현대의 흔적을 가져온 이유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김 사장을 수장으로 내세워 향후 인수합병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취임 당시부터 김 사장이 민영화 숙제를 안정적으로 풀어낼 지를 관전포인트로 삼은 바 있다. 

다만 최근 경기 침체와 고금리 상황이 맞물려 각 기업에서 투자보다 현금을 축적하려는 분위기여서 민영화 작업은 김 사장에게 가장 큰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