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인 부산 영도구·울산 동구도 전국 평균 크게 밑돌아
산업연구원 “신산업·고부가가치산업 및 지방대학 육성 필요해”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수도권 인구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방소멸’에서 ‘지역소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산업연구원은 13일 ‘K-지방소멸지수 보고서’를 통해, 지방소멸 위기 지역이 전국 59곳에 달하며 전남, 강원, 경북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 지방소멸 위기지역들의 인구증가율./자료=통계청


이번 보고서는 지방소멸 제창자인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의 논리로는 우리나라 지역의 현실을 설명할 수 없어 지방소멸의 주요 요인인 지역 간 인구이동을 유발하는 지역경제 선순환 메커니즘에 기반한 ‘K-지방소멸지수’를 개발하게 됐다.

K-지방소멸지수로 본 지방소멸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59곳으로 전남·강원·경북에 편중되는 현상이 관찰됐으며, 지방소멸의 추세는 비수도권 군 지역에서 수도권·광역시로 빠르게 확산되는 ‘지방소멸에서 지역소멸 시대’로의 진입이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지방소멸 위험도가 가장 높은 59개 지역의 공간적 분포를 보면, 전남이 13곳으로 전국의 22.0%를, 강원 및 경북이 각각 10곳과 9곳으로 16.9%, 15.3%를 차지해 전체의 절반 이상인 54.2%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고령인구 비중이 전국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고령화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요인임을 보여준다.

지방소멸 위험지역의 9곳은 인천 옹진군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비수도권 군 지역으로 구성돼 있지만, 소멸우려지역에 해당하는 59곳은 수도권인 경기(가평군, 연천군) 및 인천(옹진군, 강화군), 광역시인 부산(서구, 영도구) 및 울산(동구)의 지역들도 포함돼 있다. 

인천 옹진군을 제외한 이들 6개 지역 중 2018부터 2020년까지의 인구증가율은 5곳이 마이너스 수치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광역시인 부산 영도구와 울산 동구의 경우는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들 6곳 중에서 유일하게 인구증가를 보이는 인천 강화군의 경우도 최근 연도에 들어 큰 폭의 감소추세가 관찰된다. 이처럼 지방소멸의 문제는 비수도권 군 지역의 문제만이 아니라 수도권과 광역시까지 확산돼 ‘지방소멸에서 지역소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이후 지역균형발전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지만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소득과 일자리, 인구는 전체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으로 절반 이상이 몰리고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의 경우는 수도권의 가파른 증가로 2015년에 역전 현상이 나타났으며, 그 이후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비수도권 지역내총생산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비수도권의 생산소득 중 12.8%가 유출된 2012년을 기점으로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나, 최근에도 여전히 6~8%대의 소득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중이다. 

수도권 내에서의 생산활동 증가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2000년 기준으로 비수도권의 취업자 비중은 53.5%로 수도권의 46.5%에 비해 7.1%p나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그 이후 차이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2017년부터 수도권 취업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상용근로자의 임금수준도 비수도권에 비해 28만6000원에서 50만9000원(2010~2021년) 정도가 높아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서 창출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자리 창출은 인구이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도권의 고용 확대는 인구의 증가로 이어져 2019년에는 비수도권의 인구를 상회하고 있다.

소득, 고용, 인구의 수도권 쏠림현상은 지역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990년대에는 비수도권의 경제성장률이 수도권을 웃돌았으나, 그 이후 역전되면서 양자 간의 차이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2016~2020년간 수도권의 경제성장률은 3.0%를 기록하고 있으나 비수도권은 1.0%에 불과해 경제침체 현상을 보이고 있고, 이는 곧 국가 성장 침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방소멸 대응방안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K-지방소멸 단계별 기업입지 인센티브 차등화 △특화(주력) 전후방산업 중심의 고부가가치산업 육성 △지방대학 활성화를 통한 지방소멸 댐 역할 강화 등을 제안했다.

허문구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소멸 지역에서 산업고도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역내 주력 및 특화 산업과 전후방 관계에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다양성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역내에 기반이 없는 신산업 및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다양성 확대는 고용 및 생산성 증대에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구취약지역에서는 전통산업 기반의 산업다양성 확충을 통해 고부가가치화를 지향함으로써 전통산업-고부가가치산업 간의 성장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지방대학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 자율권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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