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여성관계 평정심·집중력 유지에 치명적이자 상극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방민준의 골프탐험(58)- 바람둥이와 골프의 상관관계

골프는 어느 모로 보나 가장 여성적인 스포츠다.
우선 여기저기 벙커와 러프가 산재해 있으면서 굴곡지고 기다란 골프코스가 여체를 닮았다.
페어웨이와 그린의 잔디는 여인의 피부처럼 아름답다. 실제로 코스 설계가들은 여체에서 모티브를 얻는다고 한다.

영국의 명 프로인 토미 아머(Tommy Armour)는 그의 저서에서 “골프코스는 여인을 닮았다. 우리는 그녀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잘 알고 있는가 여하에 따라 여인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아니면 거칠어지게도 할 수도 있다. 골프코스도 마찬가지다.”라고 썼다.

토미 아머의 말대로 골프코스를 일방적으로 공략하려 들다가 많은 골퍼들이 어김없이 실패의 쓴맛을 본다. 사랑하고픈 여인을 만났을 때 이 여인을 어떻게 내 사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를 곰곰이 궁리하듯 골프코스도 사랑을 구하는 진지하고도 절실한 자세를 갖춘 골퍼에게만 마음을 열어준다.

라운드 하는 과정 역시 매우 성적이다. 우선 골퍼라면 누구나 강력한 드라이브 샷을 원한다. 남성에게 롱 드라이브는 곧 파워의 상징이다. 숫한 OB를 내면서도 굳이 드라이버 티샷을 고집하는 것은 드라이브 샷이 남성의 상징이기 때문이 아닐까. 스코어가 어떻든 장쾌한 드라이브샷은 남성의 오만과 자만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티샷을 한 뒤 홀에 이르는 과정은 마치 마음에 드는 여성을 사랑의 파트너로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로 마음이 통했다고 해서 쉽사리 옆자리를 내주지 않는 게 여성이다. 쉬 꺾일 것 같은 여성도 결정적인 순간에 철조망을 칠 수 있고 평소 철조망을 칭칭 감고 다니는 듯한 여성도 지극정성을 들이면 내 사랑으로 만들 수 있다.
‘결과는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는 말대로 홀 아웃을 멋지게 한 골퍼의 기분은 격정의 순간을 보낸 뒤 만족해하는 여인의 모습을 보는 남자의 그것과 흡사하다.

골프클럽도 여성을 대할 때처럼 끈기를 요한다. 한번 손에 익은 클럽은 조강지처처럼 좀처럼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멋진 여성이 지나가면 눈을 주지 않을 수 없듯, 새로운 클럽이 나오면 한눈을 팔지 않을 수 없다.

   
▲정제되지 않은 여성관계는 온갖 잡념과 갈등 마찰 등의 씨앗이다. 골퍼의 생명인 평정심 유지와 집중력 발휘에는 치명적이고 상극이다. 여성관계가 깨끗하지 못한 골프선수들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삽화=방민준
골프의 감도 여성과 닮았다. 조금만 한눈을 팔고 제대로 사랑을 쏟지 않으면 집을 나가려 하고 뭇 사내에 눈을 돌리듯 골프의 감도 부지런히 갈고 닦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 달아나 버린다. 집나간 여자를 다시 불러들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번 달아난 골프의 감을 다시 잡는 것도 집나간 여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 여자가 집을 나가지 않도록 평소에 정성과 사랑을 쏟듯 골프도 감이 달아나지 않도록 평소에 끊임없이 연습을 하는 게 정도다. 싱글 핸디캐퍼들은 바람 끼 있는 미인과 사는 남자나 다름없다. 남이 눈독들이기 쉬운 미인을 붙들어두기 위해 사랑을 쏟고 관심을 기울이듯 싱글 핸디캐퍼들도 골프 감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여기까지 살펴본 바대로라면 얼핏 골프를 잘 치는 프로골퍼들은 여러 모로 여성관계를 원만히 이끌어갈 것 같은데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정반대로 비뚤어진 여성관계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금세기 최고의 골퍼라는 평가를 받아온 타이거 우즈(39)만 해도 잘못된 여성관계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골프황제에서 나락의 길로 추락한 뒤 긴 슬럼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04년 10월 스웨덴의 모델 출신 엘린 노르데그렌과 결혼해 1남1녀를 뒀으나 성 추문 사건으로 2010년 이혼한 우즈는 오랜 기간 미국의 ‘스키여제’ 린지 본(30)과 결혼에까지 가는 듯했으나 최근 외도가 들통 나는 바람에 결별을 통고받았다.

우즈의 여성편력은 드러난 것만 해도 20여건에 이른다. 대상도 나이트클럽 호스티스, 칵테일바 웨이트리스, 속옷모델, 레스토랑 매니저, 포르노 배우, TV 뉴스캐스터, 섹스에 중독된 독신여성, 팝스타 등 다양하다. 그의 엽색행각은 상습적이다. 우즈가 뭇 여성과의 하룻밤을 외도라고 생각지 않고 다만 스트레스 해소로 여긴다니 아무래도 쉽게 슬럼프에서 헤어나긴 힘들 것 같다.

차세대 골프황제로 지목받는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6)의 경우는 여자테니스 전 세계랭킹 1위 캐롤린 워즈니아키(25·덴마크)와 결혼날짜까지 잡아놓았다가 일방적으로 파혼을 선언했다. 그는 결별 이유를 “나 때문이다.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는데 결혼을 준비하면서 겪은 ‘밀고 당기기’의 번거로움과 결혼 후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프로골퍼로서의 생활이 순탄치 않을 것을 예견한 탓으로 보인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매킬로이는 워즈니아키와의 결별을 선언한 뒤 바로 BMW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로 복귀할 수 있었다.
재미교포 케빈 나(31·한국이름 나상욱)는 동거녀와 헤어지면서 ‘사실혼 부당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려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피해여성과 어머니가 대회장에 피켓까지 들고 나타나 시위할 정도였으니 그가 골프코스에서 보인 볼썽사나운 모습들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필 미켈슨(44)이 가족에 쏟는 사랑은 그에게 ‘미국의 대표가장’이라는 찬사가 붙을 만큼 헌신적이고 모범적이다. 유방암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혼자 있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회 참가를 포기하는가 하면 세 딸과 아내를 동반한 가족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미국 골프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수로 사랑받는 배경은 ‘딴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청순한 가족사랑 때문이 아닐까.

2013년 4대 메이저대회 중 가장 유서 깊은 디 오픈에서 우승하는 순간 미켈슨은 아내와 세 딸에게 달려가 서로 부둥켜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미켈슨의 가족사랑 그 자체가 우승 못지않은 드라마로 화제가 되었다.
미켈슨 뿐만이 아니다. PGA투어나 LPGA투어 선수들 중 원만한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꾸준한 성적을 내며 선수수명도 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골프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운동이다. 고도의 집중력은 철저한 마음의 평정에서 발휘된다. 경쟁심, 욕심, 분노, 흥분, 초조함, 잡념 등이 끼어들어서는 결코 마음의 평정은 유지되지 않는다.
고도의 평정심을 유지하려면 경기를 하는 순간은 물론 골프코스 밖의 일상생활에서도 순간순간 일어나는 희로애락의 감정과 잡념 망상 등을 비워내 마음을 텅 비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정제되지 않은 여성관계는 온갖 잡념과 갈등 마찰 등의 씨앗이다. 골퍼의 생명인 평정심 유지와 집중력 발휘에는 치명적이고 상극이다.
여성관계가 깨끗하지 못한 골프선수들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