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찾는 고객 수요 맞물려…투자자예탁금은 '연중 최저치'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이슈가 불거지면서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발행어음 규모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부진으로 인해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고객들의 수요와도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 최근 초대형IB들의 발행어음 규모가 전년 대비 1.5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KB국민은행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상품에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 작년 말과 비교했을 때 초대형IB 4개사들의 발행어음 잔고는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국내에서 오직 4개 증권사들만 자기자본의 200% 한도 안에서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잔고가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미래에셋증권이었다. 작년 말 4365억원에서 지난 9월 말 4조4232억원으로 무려 10배 이상 폭증한 모습이다. NH투자증권 역시 3조4000억원 수준에서 5조4000억원으로 60% 가까이 늘었다. 

KB증권도 4조4700억원에서 6조7840억원 규모로 약 52% 증가했다. 잔고 액수가 가장 많은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작년 말 8조3720억원에서 지난달 말 12조1990억원까지 올라 약 4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발행어음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는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회사별로, 그리고 상품유형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5%대(세전) 이자율을 기록 중이다. 주식시장 부진과 맞물려 발행어음에 많은 돈이 몰리는 이유다. 

KB증권은 연 6% 약정식 특판 발행어음을 내놓기도 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8월 2000억원 한도로 선보인 연 4%대 고금리 특판 발행어음은 나흘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내기도 했다.

비단 고객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증권사들 입장에서도 발행어음은 유동성 활로를 틔워주는 우군 역할을 한다. 최근 불거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이후 단기자금시장 자금 유동성이 급격하게 경색되면서 증권업계 전체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제기된 상태다. 이에 발행어음이라는 ‘무기’를 가동할 수 있는 대형사들부터 전략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 잔액이 급증하는 것과 반대로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고객들의 수요와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증권사들의 니즈가 맞물린 모습”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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