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려진 수요 예측·불공정 계약…추진 상 문제 많아
채권 시장 경색, 레고랜드 회생 신청 때문?…“말도 안 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채권 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강원도 레고랜드 문제는 과욕이 부른 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보다 정치적인 사안이 우선 돼 지자체와 지역민은 물론 국가에 큰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이다.

김병헌 한국관광진흥학회 회장(전 한국관광대 교수)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강원연구원과 강원도 국회의원실 주최로 열린 강원포럼 ‘레고랜드 이슈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발제자로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는 ‘레고랜드 유치의 명과 암’, ‘최근 채권시장 경색, 레고랜드 회생신청 때문인가’를 주제로 개최됐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덴마크 장난감 회사인 레고에서 출발한 레고랜드는 세계 10번째로 한국에서 조성됐지만 사업 추진과정과 향후 운영 상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김병헌 회장의 진단이다.


◇부풀려진 수요 예측·불공정 계약…추진 상 문제 많아

김 회장은 당초 레고랜드가 연 2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연간 44억 원의 지방세수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진단에 대해 “국내테마파크 양대사인 서울롯데월드와 용인에버랜드와 비교할 때 과다한 추정”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에서 원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지 못할 뿐 아니라, 2~12세 아동을 타겟으로 해 제한성이 있는 데다 입장권이 비싸 투자 대비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김병헌 한국관광진흥학회 회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임대료 수입이 없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레고랜드 28만㎡에 대한 감전가를 전체 부지에 대입할 시 부지 가격은 1963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강원도는 멀린사에 50년 간 무상임대하고, 이후에도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계약을 해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된다.

김 회장은 이 같은 점을 열거하며 “강원도 레고랜드 건설과 관련된 상황은 우리나라 지방정부에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며 “지자체장의 과욕으로 성과 위주의 판단을 내리게 되면 지자체와 지역민은 물론 국가에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채권 시장 경색, 레고랜드 회생 신청 때문?…“말도 안 돼”

일각에서 채권 시장 경색의 원인으로 레고랜드의 회생 신청이 지목되는 점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회장은 “레고랜드의 2050억 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회생신청이 채권시장 자금 경색을 심화시키는 하나의 계기는 됐을 수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회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는 “금융시장 금리를 보면 9월 28일 레고랜드가 2050억 원의 ABCP 회생신 청 후 금리는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행 금리인상 후 시장금리는 상승하고 채권가격은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 달 0.5%포인트 인상되고 미국연준의 연방기금리 추가 인상 전망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 금리도 추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채권하락이 예상돼 채권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가운데 채권의 만기가 대거 돌아오기 시작한 것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다.

오 회장은 “최근 금융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에 따른 PF 만기도래에 따른 부실 우려는 급증하는 반면 금리 추가인상 전망으로 채권가격 하락과 채권수요 감소가 전망되고 있다”며 “이 같은 금융시장 경색 현상의 배경과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원도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는 것도 낭설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그동안 강원도가 부담하고 있는 이자만 699억 원이다. 전 도정이 한 푼도 갚지 못한 것을 갚아보려고 하는 노력 중에 이번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회생 계획을 발표했는데 회생과 디폴트를 시장에서 구분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 시장이 어렵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라며 “채권 시장은 심리라고 하는데 이렇게 불안을 부추겨서 소위 자기실현적 위기를 맞아서는 안될 것이다. 강원도에서도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의 정치화’로 인한 잘못된 책임론…시정돼야

레고랜드 문제가 정치적 공방으로 이어지는 점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금융시장 경색의 원인을 윤석열 정부와 김진태 강원도지사에게 돌리는 것은 정파적 편가르기일 뿐,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비판이다.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인영 한림대 부총장(정치행정학과 교수)은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에 대한 책임론과 비난은 여야 정치 대결 국면에서 야당의 시선돌리기 ‘마녀 사냥’식 정치공세가 그 시작”이라며 “경제 문제는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함에도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는 ‘경제의 정치화’는 국가적으로도, 강원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 김인영 한림대 부총장(정치행정학과 교수)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제 문제를 정치 쟁점화 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모르겠다”며 “김진태 지사의 회생신청이 ‘보증의무 불이행’이고 ‘채권시장 경색의 방아쇠’였다는 진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유승각 강원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유승각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레고랜드 이슈를 지역민 입장에서 바라봤다. 그는 “장밋빛으로 시작한 레고랜드였지만, 사업 시작부터 개장까지 11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증가한 사업비에 대한 몫을 강원도가 책임지면서 갈등이 시작됐다”며 “갈등을 봉합하고 레고랜드가 강원도와 춘천시의 대표 관광브랜드로 거듭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맨 오른쪽) 현진권 강원연구원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날 사회를 맡은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은 “지역의 흥망은 결국 재정의 문제”라며 “능력에 맞는 지출을 하자는 게 강원도 재정 계획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레고랜드 역시 그런 정책의 이환에서 봐야 하는데 ‘정치화’라는 파편을 맞았다”며 “모든 것을 정치화 하는 대한민국 풍토에서는 지역뿐 아니라 대한민국도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 원장은 “경제, 경영 문제에 정치가 개입하지 말라는 게 오늘 세미나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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