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강대강 기류 앞세워 국조 계획서 의결 전 주도권 확보 사활
여 "협상력 강화"·야 "국회 포기 안 해"…강경 발언 뒤 타협 모색
'정부 책임론'·'사법 리스크'…여야, 여론 역풍 우려 타협 불가피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현재 10.29 참사 진상 규명을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펼치고 있는 여야의 상황을 대변하는 속담이다. 여야가 국정조사 필요성 문제로 펼치고 있는 신경전이 협상 결렬보단 주도권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15일 여야는 10.29 참사 국정조사와 특검에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이어갔다.

야권은 이날 국정조사 계획서 의결에 앞서 본격적으로 장외투쟁에 시동을 걸었다. '10.29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촉구 의원모임' 소속 21명의 의원들은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 11월10일 국회본회의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들은 지난 9일 국정조사와 특검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여당을 압박했던 바 있다. 따라서 이들이 농성에 나선 것은 전날 여당의 완고한 반대로 국정조사 특위 구성이 결렬되자 여당을 옥죄어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반면 여당은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도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정조사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탄 시도’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더욱 공고히 했다. 야권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함으로써 협상 과정에서 입지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의 강경한 태도는 협상 결렬보단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야가 잇따라 강경한 발언을 한 뒤 은연중에 협상 여지를 지속해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월 14일 국회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전날 국민의힘은 중진 간담회를 가지고 국정조사 요구를 만장일치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야당과의 대화에서 중립적 태도를 보였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노출돼 내부 갈등설 마저 고조됐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은 “당내 강한 기류를 형성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내부 갈등설 봉합에 나섰다. 장 의원의 발언은 국정조사 ‘절대 거부’라는 기존 당의 입장에서 한층 수그러든 표현으로 야권의 요구에 협상할 뜻은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참사 진상 규명에 대한 요구와 정부 책임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야권이 단독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할 경우 온전하게 참사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장외투쟁을 불사한 야당도 여론의 역풍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촛불’을 언급하며 대여투쟁 수위를 더욱 고조시켰다. 특히 이 대표는 야권 단독으로라도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겠다며 범국민 서명운동을 독려키도 했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가 11월 15일 국회에서 10.29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과 관련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나 이 같은 강경 대응 속에도 여당과 타협하겠다는 의지는 곳곳에서 표출됐다. 전날 박홍근 원내대표는 “결코 국회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국정조사 결렬이 촛불시위 등 정부 퇴진을 촉구하는 강경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엔 거리감을 뒀다.

또 이날 박 원내대표는 정의당·기본소득당 원내대표와 함께 조속한 국정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하면서도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추진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여당을 더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협상에 데드라인을 정하지 않아 여당과 지속 논의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이날 강경파 의원들이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 장외투쟁에 나서긴 했지만 장소만 외부였을 뿐 국회 본청 처마 아래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는 언제든 여당과 협상에 응할 의지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한발 물러선 것에는 진상 규명 요구만큼이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큰 탓이다. 이에 표면적으로 압박을 가하면서도 여당을 설득해 국정조사가 정쟁과 방탄 수단이라는 정치적 공세로 이어지는 것을 피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퇴진을 구호로)장외투쟁을 본격화 할 경우 추모의 뜻이 반정부 시위로 왜곡될 수 있어 실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기에는 큰 부담일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퇴진 운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진상 규명 요구가 높아 국정조사를 끝까지 거부하는 것 또한 부담”이라며 “결국 강경한 메시지들이 나오는 배경에는 본회의 의결 전 협상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함”이라며 당분간 여야간 신경전이 거칠어지겠지만 결국 타협안을 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