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석학들 "과도한 규제 정상화해야"
정‧재계 주요인사 참석해 축사 메시지 전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각 분야 경제 석학들이 '퍼펙트 스톰' 위기 앞에 직면한 한국경제 상황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는 한편 위기 상황에 대한 각 금융 분야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1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퍼펙트 스톰, 한국경제의 미래는’이라는 주제로 미디어펜과 글로벌금융학회(회장 오갑수) 공동주최로 열린 2022 금융포럼에서 각계 경제 석학들은 최근 한국경제 상황에 대한 엄중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짚으며 우리 금융과 기업들의 위기 타개방안을 다각도에서 모색했다.

   
▲ 16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퍼펙트 스톰, 한국경제의 미래는’이라는 주제로 미디어펜 2022 금융포럼이 개최됐다. /사진=김상문 기자

행사 시작과 함께 단상에 오른 김진호 미디어펜 부사장은 개회사에서 “현재 우리가 느끼는 경제 환경은 질식될 것 같은 수준”이라면서 “질소공기로 압축된 경제 환경이 작은 불꽃이라도 튀면 폭발할 듯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부사장은 “코인시장 FTX 몰락과 국내 채권시장 붕괴 등 당장 코앞의 미래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회색코뿔소 위에 ‘블랙스완’이 타고 온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이날 미디어펜 금융포럼은 정‧재계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21대 국회 ‘경제통’으로 손꼽히는 윤창현‧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행사장에 직접 방문해 축사를 했다. 

   
▲ 미디어펜 2022 금융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현 한국핀테크학회장),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김진호 미디어펜 부사장,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김창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전인태 글로벌금융학회 부회장 /사진=김상문 기자

최승재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전 국민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공급망 문제, 고임금과 고금리, 고환율문제까지 겹쳐있다”며 “한국 금융의 전반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며, 현장과 실생활에서 국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단상에 오른 윤창현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국가부채가 600조원에서 1000조원으로 400조원이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문제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방만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공급 충격까지 겹치면서 이러한 비용을 그대로 지불하고 있다”는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밖에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 조경태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영상 혹은 서면을 통해 축사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경제 현 상황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대안 모색을 위한 이번 포럼의 취지에 공감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전인태 글로벌금융학회 부회장은 ‘퍼펙트 스톰, 한국금융의 미래는’이라는 주제를 갖고 단상에 올랐다. 이날 그는 최근 미국의 고금리 원인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꼽으며 강연을 시작했다. 

   
▲ 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전인태 글로벌금융학회 부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전 부회장은 “미국이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은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이 자리하고 있다”면서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 단행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 부회장은 “IMF 외환위기는 국내 기업 부채 문제로 인한 외환 부족에서 발생했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국내 상황은 나쁘지 않았지만 미국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 기관의 파산이 문제가 됐다”고 짚은 뒤 “현재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 모두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줄여 나가야 하지만 자금경색 때문에 돈을 풀어야 하는 과거 영국과 비슷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설명하면서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하고 단기 자금을 제공하는 등 연착륙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창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다음 순서로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김창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가계 재정의 건전성을 키우기 위해 가계 재무건전성 종합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김 교수는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869조원, 민간부채는 4300조원에 이르는 최대 규모”라고 현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이유 중 하나를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 부실로 판단한 이후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을 마구 빌려주는 ‘약탈적 대출’을 중단했다”고 짚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 2008년 이전에 저질렀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후 그는 “기업과 정부의 재무건전성 지표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가계, 기업, 정부의 재무건전성 지표를 활용해 국가의 재무건전성을 확고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교수는 환율방어를 위해 공매도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공매도가 발생하면 주가가 내려가면서 대부분 외국인이 돈을 벌고, 원화 주식을 달러로 바꾸면서 환율이 오르게 된다”면서 “증시안정펀드 같은 대책보다 공매도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며 공매도 일시 정지 및 상환기간, 담보비율 등 외국인의 공매도 조건을 개인과 일치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두 번째 발제자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다음 세션에서는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이 단상에 올라 ‘경제위기 속에서 디지털금융의 미래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핀테크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통해 다가올 본격적인 디지털 금융시대의 금융안정성 제고를 위한 경험 축적이 필요하다”며 디지털금융이 나아가야 할 길로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화폐, 체화화폐(demurrage currency) 등으로 불리는 스마트계약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화폐가치를 일정 비율만큼 줄이는 화폐를 말한다.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며, 관련 분야 개발을 서둘러 금융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미래 금융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스마트계약”이라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관리기법을 도입하지 않으면 리스크가 금방 확산되고 그 효과가 커질 수 있기에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미래금융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세 번째이자 마지막 주제발표자로는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이 나섰다. 그는 ‘퍼펙트 스톰 시대, 금융산업의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류 연구위원은 “특히 빅테크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사의 금융 플랫폼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국내외 복합위기로 국내 금융업이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류 연구위원은 "내년은 금융위기 직후와 일부 유사하나 3고(高)의 경기 불확실성 증대로 금융업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며 "과잉된 대출이 명목 GDP 성장률로 수렴하는 반면 조달비용 증가로 금융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금융업이 내년에 ‘성장성‧수익성 하락’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한 그는 “국내 금융사도 금융과 비(非)금융을 아우르는 '금융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메타버스와 같은 국경 없는 가상세계에서의 금융 경쟁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빅테크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사의 금융플랫폼 여건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한 류 연구위원은 “다양한 비금융 사업의 소유와 투자 확대를 통한 새로운 금융사 사업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맺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