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계기 시진핑, 한미일 3국과 정상회담하면서 사실상 북한 편들기
다자회의 직후 올해 8번째 ICBM 발사, 3일 실패 추정 화성-17형인 듯
“‘북한 카드’ 필요한 中이 北 옹호한 결과…핵실험도 반대하지 않을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담화를 내고 확장억제 강화 공약이 포함된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을 비난한 이후 이틀째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다. 17일 ‘최선희 담화’ 발표 직후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쏜 북한이 18일엔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8일 북한이 이날 오전 10시 15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ICBM 1발을 포착했다며 비행거리 약 1000㎞, 고도 약 6100㎞, 속도 약 마하 22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고각으로 발사한 이번 미사일은 1시간을 넘긴 68분간 비행하다가 일본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 서쪽 210㎞ 지점인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고 일본 관방장관이 밝혔다. 비행거리만 보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북한의 ICBM 발사는 지난 3일 이후 보름만에 이뤄졌으며, 지난 2월 27일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8번째이다. 이번에도 앞서 실패로 추정된 화성-17형을 쏜 것으로 알려졌으며, 2단 분리까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성-17형 발사가 최종 성공했는지에 대해선 군과 정보 당국 모두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주요 20개국(G20) 다자 외교무대가 펼쳐졌던 8일동안 침묵했던 북한이 다자회담이 끝나자마자 고강도 도발을 재개한 것은 ‘중국 뒷배’를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번 G20 정상회의 계기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정상 모두와 회담을 가졌으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각각 시 주석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사실상 북한 편을 들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지도에 따라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 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25일 전했다. 2022.3.25./사진=뉴스1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합리적인 우려”라며 옹호하고, “각국이 균형 있게 풀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전언으로 이는 사실상 북한이 주장해온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에 따른 대응 수단으로서 핵·미사일을 개발해왔다’는 북한 주장을 대변해준 셈이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직접 “시 주석에게 중국이 북한에 대해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해선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 회담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또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윤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중국은 앞으로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발언이 우리측 보도자료에서조차 빠진 것으로 볼 때 정부 당국은 원론적 차원의 발언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계속되는 한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도발을 묵인할 것이란 전문가의 평가가 나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런 중국의 속내를 파악하고 최근 들어 더욱 과감한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중국의 당대회 기간이나 G20 기간에는 도발을 자제해 시 주석의 심기를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례적으로 한미연합훈련 기간 중 맞대응 도발을 지속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북한의 ICBM 발사에는 완전한 핵능력을 갖추겠다는 의지, 중국의 지지의사를 확인, 고비용 도발을 통한 승부수 세 가지의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다자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고강도 도발을 재개한 것은 중국이 북한을 옹호한 결과이다. 왕이 외교부장이 공개적으로 ‘북한의 정당한 안보적 고려’를 우선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북한이 지금처럼 ICBM을 포함한 미사일 30여발 이상을 집중 발사하는 도발을 장기간 지속하기에는 비용 지출이 너무 크다”며 “단기간 집중 도발을 통해 최대치의 긴장을 조성한 이후 국면을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중국이 이번 양자회담 계기에 한국과 미국의 역할 주문에 확답하지 않은 채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점에서 북한이 ICBM 발사 결정을 내리는데 뒷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북한의 ICBM 발사는 최선희 담화가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행동으로 드러낸 한편, ICBM 화성-17형의 기술적 진전을 목적으로 하는 자체 일정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