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가계부채 1870조 돌파, 회사채 찬바람에 기업대출 금리도 급등
코로나19 발발 이후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유례없는 ‘유동성 파티’가 열렸던 한국경제는 지난해 8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결과 약 1년 2개월 만에 2.50%포인트가 상승하면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대 시대를 맞게 됐다. 금리가 급속도로 오르는 상황에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금리 인상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은 고금리 시대를 향해가는 현시점 금융과 산업,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정치권에서 필요한 역할에 대해 가늠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오랜 초저금리 기조에 취해 누증돼 온 가계·기업부채가 최근 거듭된 금리인상 여파로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가계부채는 부동산·주식·가상자산 등에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젊은 청년층을 주축으로 이자 급증에 따른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기업들은 강원도 레고랜드, 한전 사태 등으로 회사채를 통한 재원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대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정부의 거듭된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등의 조치에도 불구, 오랜 코로나19 방역규제로 영업능력을 상실하면서 회생이 어려워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국은행도 당분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출이자 폭증으로 한계차주(대출자)들의 부채 리스크가 금융기관의 대손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는 계속해서 경신 중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발표한 '2022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0조 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 대금)을 뺀 가계대출 잔액은 1756조 8000억원으로 2분기 말 1757조 1000억원 대비 3000억원 감소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07조 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조 5000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748조 9000억원으로 2분기 대비 6조 8000억원 감소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대출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 연말께 약 64조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9월 말 52조 4000억원에 견주면 약 12조 5000억원 불어나는 셈이다. 내년 연말에는 가계 이자부담이 약 69조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도 이자부담을 개별 가구 단위로 환산하면, 연간 부담액은 약 132만원 증가하게 된다. 

특히 이자부담 증가는 부동산 집중 현상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에서 두드러진다. 최근 금리상승 여파로 주담대 잔액이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장기 초저금리에 취해 빚투·영끌로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젊은 청년층은 급증한 이자부담에 신음하고 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펴낸 '금리 상승기의 취약차주 부실관리 정책체계에 관한 소고'에 따르면, 금리 상승에 의한 취약 가중도는 주담대 등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킨 자산보유계층에서 두드러졌다. 또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취약도가 30대 이하 청년층보다 높지만, 주담대 보유층으로 한정하면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 중장년층보다 더욱 취약하고 금리 상승에 더욱 민감하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주담대가 고정금리형(9월 현재 21.5%)이 아닌 변동금리형에 집중돼 있어 금리상승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물 채권과 연동된 고정금리는 미래 불확실성 탓에 변동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본격적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지만, 최근까지 고정금리가 외면받은 것도 변동금리를 0.5%포인트(p) 안팎으로 웃돌았기 때문이다.

가계와 더불어 기업들의 부채 증가도 심각한 수준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채권금리 급등을 시작으로, '국고채' 취급을 받던 강원도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 미이행, 한전채 등 공공기관 발행채권 자금경색, 흥국생명의 영구채 콜옵션 행사 연기 발표 순으로 연쇄 충격이 이어져 기업들의 재원 조달 수단인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까닭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태가 일어났던 9월 27일 이후 국고채 3년물 대비 여전채(AA-)의 금리스프레드는 이달 8일 종가 기준 대비 0.67%p, 특수채(AAA-)·은행채(AAA-)·회사채(AA-)도 각각 0.49%p 0.44%p 0.46%p 증가했다. 또 일부 채권발행의 경우 수요예측 결과 발행이 취소되기도 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레고랜드 지급보증 미이행 발표는 법적 가능성과 정당성의 이슈를 떠나서 금융시장의 근간에 깔려 있는 투자자의 믿음(신뢰)을 일순간 무너뜨리는 일이었다"며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금리인상이 이뤄지는 가운데 발생한 레고랜드 지급보증 미이행은 금융시장의 질서라는 관점에서 더 큰 파문을 던져줬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업들은 은행 대출에 몰리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8일 기준 기업대출(대기업대출+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593조 2867억원으로 지난 연말 522조 1067억원 대비 13.6%(71조 18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대기업 대출의 증가세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 4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69조 4180억원에서 18일 103조 952억원으로 48.5% 급증했다.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99조 5851억원에서 227조 2733억원으로 역시 13.8% 늘었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을 찾는 기업들이 늘어난 모습이다. 기업대출 잔액은 9월 말부터 11월 18일까지 23조 13억원 늘었는데, 지난해 연말부터 18일까지 71조 1800억원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이에 기업들의 이자부담도 급증할 전망이다. 한경연은 내년 연말 기업대출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 대비 최소 약 16조 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금리인상에 취약한 한계기업은 내년 연말 이자부담액이 약 9조 7000억원에 달해 올해 9월 말 5조원 대비 약 94.0% 폭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 연체율도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현 0.27%에서 2배 이상 증가한 0.555%에 달해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도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평가했다.

기업과 더불어 코로나19 방역규제로 영업능력을 상실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도 문제다. 금융위원회는 9월 기준 이들의 금융권 채무액을 약 660조원, 이 중 잠재돼 있는 부실 규모를 37조~7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해 다섯 번째 대출 만기·상환유예 연장 조치를 내리는 한편,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새롭게 편성한 상태다. 다만 금리 상승기에 이러한 조치가 상환부담을 키우는 데다, 부실이 한번에 현실화될 수 있어 우려도 함께 나온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4일 기준금리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 22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12월 채권시장 지표'에 수록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48개 기관, 100명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99%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고, 전체 응답자의 70%가 인상 폭을 0.25%p(베이비 스텝)로 내다봤다.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미국 물가지표 발표가 이어지며 긴축 강도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영향이다. 나머지 29%는 0.50%p 인상하는 '빅스텝'을 꼽았다. 

대세대로 금리가 0.25%p 오른다면, 내년 1월 금통위까지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25%를 이어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 기조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일만 남았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는다. 하지만 기존 금리인상분에 0.25%p가 추가되는 만큼, 대출자들의 빚 부담과 부채리스크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에 우리나라가 후행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이처럼 대규모 금리인상, 가계·기업의 부채 급증 등으로 이자와 채무를 상환하기 버거운 취약차주 및 한계기업이 급증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기관의 대손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은행권의 경우 지난해까지 초저금리 기조 속 대규모 대출자산 확보, 코로나19에 따른 만기연장 유예 조치 등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도 금리상승에 따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 확대로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다만 금리인상으로 담보자산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고,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상환불능에 놓일 차주와 기업들이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는다. 이에 은행들이 추진 중인 대손충당금 확보와 별개로 은행시스템의 완충력을 높일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등의 제도를 적극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별대손준비금 제도는 자기자본 규제와 유사한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별 사업특성이나 리스크 측면을 고려할 수 있고 잠재적 시스템 위험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은행 대출의 과잉이나 쏠림 현상, 근시안적 영업 형태 등에 대응한 상시적 보완책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