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전력 도매 단가 kW당 160원 수준 하향 방침
신 재생 에너지 업계 "정부, 자유시장경제체제 파괴"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올해 한국전력공사 적자가 3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전력도매 단가 상한을 설정하기로 했다. 당국은 이로써 한국전력의 적자 폭을 줄여나간다는 입장이지만 신재생에너지에 기반한 민간 발전업계는 정부가 전력 시장에 개입해 손해를 보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 SMP 상한제 공동대책위원회가 25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소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2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계 한전의 영업손실은 총 21조83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5조8542억 원 대비 272.97% 증가한 셈이다. 올해 4분기까지는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 연료 가격이 급격히 오름에 따라 민간 발전사들에 대해서도 다음달 1일부터 월 단위 계통 한계 가격(SMP, System Marginal Price) 상한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국무조정실은 규제개혁위원회를 개최해 킬로 와트시(kWh)당 250원인 SMP를 160원으로 상한선을 하향하는 개정안을 심사한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직전 3개월 간의 평균 SMP가 직전 120개월(10년)간 평균 가격의 상위 10% 이상일 경우 1개월 간 SMP에 상한을 두는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 5월 행정 예고안과 비교해 SMP 상한제의 적용 단가를 산정하는 산식에서 직전 10년치 SMP 배율을 기존 1.25배에서 1.5배로 높여 민간 발전 사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상한제 적용 대상도 100킬로 와트(kW) 이상 발전기로 한정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발전 사업자들의 전력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가 상한 가격 적용 정산금을 초과할 경우 산업부는 연료비를 별도로 보전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열 공급 발전기와 연료 전지 등의 신 재생 발전기도 포함된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 발전업계는 산업부가 SMP 상한제를 적용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 살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전국 12개 에너지 협회·단체로 이뤄진 SMP 상한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적선동 소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SMP 상한제는 자유 시장 경제 체제를 파괴하기 때문에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대위는 태양광 출력 제한에 따른 합당한 보상 기준을 마련하고, '대중소 태양광 상생 발전법'을 신설하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SMP 단가가 ㎾h당 300원을 넘어도 다음달부터 내달 2월까지 한시적으로 200원으로 산정하자는 중재안을 산업부에 제시하기도 했다.

곽영주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장은 "당국은 독단적으로 고시를 강행하려고 한다"며 "7%대 고금리 시대에 신 재생·집단 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되며, 결국 국가 탄소 중립 달성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기웅 전국태양광발전협회장은 "SMP 문제는 시장 논리를 통해 해소해야 하는데, 산업부와 한전이 시장의 규칙을 어겨가며 민간 영역의 이익을 빼앗아 가려 한다"며 "전기 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납득하도록 하는 게 우선인데, 규제나 제도 보완을 통해서만 해결하려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신재생 발전업계는 한전을 포함한 발전 공기업 그룹을 민영화 하기 전까지는 정부 정책 논리가 반영될 수 밖에 없다"며 "전력 공백 상황은 왜 예견하지 못했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산업부는 2030년 최대 전력 수요를 109.3기가 와트(GW), 2036년 118GW로 보고 있다. 해당 기간 중 연 평균 1.5%씩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이와 관련 지난 24일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통해 2030년 발전원별 비중을 밝혔는데, 이에 따르면 전력 수급 포트폴리오는 △원자력 발전 32.4% △액화 천연 가스(LNG) 22.9% △신재생 에너지 21.6% △석탄 19.7%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발전 2.1% △기타 1.3%로 구성돼 있다. 석탄 발전 비중은 8월 공개된 실무안보다 1.5%P 추가 하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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