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동승·호위해 농성 해제 후 유류 운반 실정
"화물연대 기사들, 비조합원 대상 협박 일삼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화물연대가 지난 6월에 이어 5개월여만에 또다시 총파업에 들어가며 산업계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올해 말 일몰예정인 '안전운임제' 폐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역시 순순히 이를 받아들일 모습이 아니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장의 큰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지난 6월 8일 만에 최소 2조 원의 피해를 입힌 만큼 이번에도 조기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큰 피해가 예상된다. 물류대란이 불가피해 산업계도 이번 파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철강을 비롯해 자동차, 가전 등 육상운송 비중이 큰 업종 순으로 피해가 일파만파 커질 수 있다. <편집자 주>

   
▲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이 유조차를 몰고 대한송유관공사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재차 총파업을 벌임에 따라 정유·주유소 업계도 타격을 입고 있다.

29일 대한석유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인해 석유 제품 출하 지체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정유업계는 휘발유나 경유 등 생산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운송 자체가 어려워 손을 쓸 방도가 없다는 전언이다.

현재 여수·울산 생산 공장 길목에서는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이 막아서고 있다. 때문에 평소와 같은 원활한 작업이 이뤄지도록 하려면 정유사와 기사들이 경찰에 연락해 농성을 풀어달라고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 유조차(탱크 로리) 기사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관들은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비조합원 간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자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 조수석에 동승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호위하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유류 수송 체계는 크게 2단계로 나뉜다. 우선 정유사 공장에서 소비 지역 저유소까지 송유관·유조선·유조차(탱크 로리)·유조화차로 석유 제품을 보내고, 이후 유조차로 일선 주유소나 대리점, 중소 규모의 공장으로 수송한다.

전체 유류 운송량의 48%를 유조차가 담당하고 있고, 특히나 이들은 실제 소비자들과 접점이 많은 주유소와 저유소를 이어준다는 점에서 총파업의 여파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조차 기사들 중 전국 60~70%, 수도권에서는 90%가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이라며 "모레부터는 더욱 추워진다는데, 동절기에 접어든 현재 등유도 동이 나면 큰일"이라고 우려했다.

   
▲ 서울·경기권 휘발유 수급이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한 주유소에 품절 공지가 떴다./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운전자들은 미리 주유하고 주유소 사장들은 재고 확보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전주 대비 유류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에 따라 주유소 업계에는 화물연대 총파업의 여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재고율이 20% 이하로 하락하고, 신규 주문한 물량이 현장에 도착하지 않고 있다는 것.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일선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품절' 등 석유 제품 재고 부족을 안내하고 있다.

전국 주유소는 1만1000여 개 가량이고, 한국주유소협회에 접수된 재고 수급 차질 건수는 지난 28일 기준 10여 건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주유소들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평균 2주일 가량 버틸 수 있다고 하나, 모든 주유소의 저유 시설 용량이 같지 않고, 대체 수송 역시 화물연대가 방해하고 있어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화물연대원들은 정부 당국 정책에 협조하는 비조합원 기사들에게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을 일삼고 있다"며 "정유사와 계약한 주유소들은 대체 구입처도 없어 문 닫을 일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28일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문제 해결 차원에서 총파업 개시 5일 만에 화물연대와 첫 회동을 가졌으나 안전 운임제에 대한 입장차만 재확인 했다. 화물연대 간부들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현장에 나와 해결하라"고 주장했고, 협상은 결국 파행을 빚었다. 양 측은 오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류 운송 체계가 무너지면 전국의 모든 산업군이 멈춘다"며 "정부 당국자들이 더욱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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