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쿠팡과 CJ제일제당이 제품 납품과 관련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마진율 협상'이 불만이고 쿠팡 측은 납품 물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9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햇반·비비고만두·김치·가정간편식 등 CJ제일제당  제품에 대부분에 대한 발주를 중단했다. 현재 남아있는 재고가 소진되면, 소비자는 더 이상 쿠팡에서 햇반 등 CJ제일제당 제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된다. 

   
▲ 쿠팡서 판매 중인 CJ제일제당 햇반 제품/사진=홈페이지 캡쳐


두 회사 간 갈등의 불씨의 시작은 ‘마진율 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내년도 상품 마진율 협상을 하는 단계에서 쿠팡이 과도한 요구를 했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결렬되자 쿠팡 측에서 이미 계약된 올해 납품 물량이 남았는데도 갑자기 발주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쿠팡은 CJ제일제당 측이 올해 초부터 수차례 상품 가격(공급가) 인상을 요구해왔으며, 기존에 약속한 공급물량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납품물량이 발주 물량보다 적었고 그에 따라 발주 중단으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쿠팡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올해 약속한 납품물량의 50~60% 밖에 공급하지 않았다. 쿠팡은 물류 창고에 제품을 쌓아두고 판매하는 방식인 만큼, 납품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다른 제품의 기회비용이 날아가게 된다.  

제품 공급량에 대해 CJ제일제당은 “올해 햇반은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전 유통채널에서 재고 확보를 위해 발주량을 늘리고 있으며, 발주량만큼 생산량이 미치지 못해 쿠팡뿐 아니라 대부분 채널에 공급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라며 “쿠팡의 경우 오히려 타 채널에 비해 발주량 대비 공급량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쿠팡과 유통업체들 간 논란이 잦아지고 있다. 쿠팡은 수년 간의 적자를 메우고 흑자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고, 유통업계는 올해 치솟은 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이달 중순부터 코디·데코 등 화장지를 만드는 쌍용씨앤비 제품도 발주 중단에 들어갔다.

앞선 사례를 보면 쿠팡의 발주 중단에 대해 결과가 나뉜다. 

앞서 2019년에는 LG생활건강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을 신고한 바 있는데.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체에 경쟁 온라인 몰에서의 판매가 인상을 요구하는 등 경영에 부당하게 관여’한 행위 등이 인정된다고 보고 과징금 32억9700만 원을 부과했다. 쿠팡은 공정위가 내린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중소기업 크린랲도 2019년 7월 쿠팡이 자사 대리점과 공급 거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적이 있다. 당시 공정위는 해당 신고에 대해서는 “쿠팡의 발주 중단 행위가 대리점에 불이익을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쿠팡은 크린랲이 제기한 민사 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결국 쿠팡 입장에서는 물류 창고가 제한돼 있는 만큼 다른 제품을 팔기 위한 기회비용을 만들고 실적 개선을 꾀하는 것이고,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원자재 가격 인상 반영과 적정 마진 확보를 위해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채널 주도권을 쿠팡이 갖고 있는 만큼,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판매 채널을 잃게 될 경우 판매가 줄어들 수 있어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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