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3사 모두 연간 목표치 돌파
글로벌 수주 잔량 기준 中에 1위 내줘
韓, 고부가가치선 경쟁력 압도적 우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당초 빅 2체재가 형성되며 새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됐던 국내 조선업계가 기존 빅3 체재를 유지하고 고부가가치선 경쟁력을 통해 재도약에 나선다. 

단순한 수주물량 확보가 아닌 친환경선박과 같은 고부가가치선을 통해 꾸준한 성장동력을 이어가며 조선업의 재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 중심에는 국내 조선사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자리해 있다.

   
▲ (왼쪽부터)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사진=각사 제공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가 빅3를 주축으로 재도약을 위한 행보에 들어갔다. 그 초석에는 대우조선해양의 부활이 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국내 기업 간 과당경쟁을 막고,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추진했다. 업계 1위 현대중공업그룹이 2위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M&A)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올 초 유럽연합(EU)이 두 기업의 결합을 불허하면서 3년째 끌어온 빅딜은 좌초됐다.

대우조선의 구원자로 재계 순위 7위의 한화그룹이 등판했다. 한화는 지난 9월 대우조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인수를 위한 투자합의서와 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대우조선이 단행하는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한화가 참여, 지분 49.3%와 경영권을 넘겨받는 게 골자다. 대우조선의 경우 상선 사업뿐 아니라 방산 부문도 보유한 만큼, 한화그룹의 계열사로 편입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화는 앞서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인수를 추진한 배경에는 김승연 회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너 3세로의 승계 작업이 진행되는 만큼, 방산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방산 계열사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 인수로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명실공히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한화와 산은이 합의서를 체결할 당시 대우조선은 한화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른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지분 경쟁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화는 인수대금으로 2조 원을 써냈다. 

잠재 투자자가 2조 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낼 경우 한화는 우선협상대상자로서 제시된 가격에 투자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한화 외에 추가로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없었고, 한화가 최종 인수자 지위를 굳히게 됐다.

한화는 정인섭 한화에너지 사장을 주축으로 인수단을 꾸렸다. 지난달 18일부터는 정밀실사에 돌입했고, 이달 16일에는 대우조선 핵심 생산시설인 경남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한화는 최근 실사 작업을 마무리했다. 

아직까지 우발채무 등 돌발변수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본계약을 체결하고,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께 딜클로징(거래종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이 한화 품에 안기면서 조선사 빅3 체제는 한층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재무흐름을 보이던 대우조선의 숨통이 다소 틔이면서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구축해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화가 지불하는 인수대금은 모두 대우조선 자본확충에 씌인다. 

지난 3분기 말 연결 기준 대우조선의 부채총계는 11조6005억 원이고, 부채비율은 676%다. 단순 계산으로 자본 2조 원이 충당되면 부채비율은 400%대로 낮아진다. 즉, 본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얘기다.

이로써 새롭게 빅3구조를 형성한 조선업은 본격적인 재도약에 나설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선업황이 상승기(업싸이클)에 진입하면서 수주량은 늘었고, 우리 업체들은 고부가가치선 위주의 선별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양이 아닌 질적 승부에 나선 국내 조선업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황 싸이클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연일 수주 낭보를 울리고 있다. 최근 조선 3사는 모두 올해 목표 수주량을 초과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들어 현재까지 총 188척을 수주했다. 222억9000만 달러 규모다. 

이는 연간 목표치인 174억4000만 달러의 128%에 달하는 수치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 94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24척 △탱커 2척 △벌크선 4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2척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1척 △LPG 운반선 9척 △자동차운반선(PCTC) 4척 △LNG DF RORO선 2척 △특수선 6척이다.

대우조선은 같은 기간 총 46척/기, 104억 달러 어치를 수주했다. 올해 목표액 89억 달러의 117%에 이른다. 삼성중공업도 45척, 총 92억 달러를 수주하면서 올 목표(88억 달러)의 105%를 달성했다. 글로벌 조선업계 기준으로는 중국이 수주량 1위로 앞서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올 들어 10월까지 1465만 CGT(표준선 환산톤수)를 수주하며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1581만 CGT의 중국이다.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중국이 자국의 저가 벌크선 등으로 물량을 늘리고 있어 순위 변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업 경쟁력을 우려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일감을 의미하는 수주잔고에서는 한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수주잔고 1위 업체는 한국조선해양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3개의 자회사를 보유 중인 한국조선해양은 1795만 CGT의 수주잔고를 가지고 있다. 조선소를 최소 3년간 100% 가동할 수 있는 물량이다. 이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937만 CGT, 768만 CGT로 글로벌 3~4위를 차지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선가가 비싼 선종 위주로 수주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운반선은 총 1172만CGT(136척)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이 76%에 달하는 889만CGT를 수주했다. 

반면 중국은 24% 수준인 284만 CGT에 그쳤다. 특히 LNG운반선은 지난달 말 기준 1척당 2억4800만 달러로, 올해 1월 2억1400만 달러 대비 약 16% 올랐다. 외형성장이 정체되더라도, 수익성은 강화되는 셈이다.

LNG운반선 수주 랠리는 계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연료 효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노후 선박을 친환경 선박인 LNG운반선으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카타르 프로젝트' 발주 물량이 아직 남아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2020년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와 700억 리얄(한화 약 24조 원) 규모의 LNG운반선 건조를 위한 슬롯 계약(발주 전 선박 건조공간을 미리 예약하는 절차)을 맺었다. 지난 5월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된 카타르 프로젝트의 본계약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 3사 체제가 견고해지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 저가수주 물량이 모두 빠질 것"이라며 "글로벌 시황은 다소 둔화되겠지만 LNG운반선 수요 확대와 맞물려 호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후판용 가격 협상과 인력 부족 등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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