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삼성그룹 역사 속으로, 사명은 보존키로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60년 역사를 간직한 삼성그룹 모태 기업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삼성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장식하게 됐다. 

▲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삼성그룹 제공

26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날 제일모직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키로 결의했다. 사명은 ‘삼성물산’으로 결정했다.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한 것.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제일제당은 삼성그룹의 3대 모태 기업이다. 제일모직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지난 1954년 설립해 부동산 및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 식음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왔다. 제일모직 사명은 직접 이병철 회장이 작명했다.

1960년대는 원사와 모직물 생산, 1970년대는 화섬산업과 의류업, 1980년대는 패션사업, 1990년대는 케미칼 사업,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 사업에 뛰어들었다. 패션사업에서는 영국에 신사복 ‘갤럭시’를 수출해 1987년 의류수출 1000만 달러도 달성했다.

이후 제일모직은 2013년 9월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했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인수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의 철학과 정통성을 이어간다는 의미로 지난해 7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고 건설, 패션 등 사업별 시장 확대를 추진해 왔고 결국 계열 분리 및 사업 이관, 상장 등의 거쳐 삼성물산과 합병하게 됐다.

제일모직은 이병철 회장이 유일하게 대표이사로 지내왔던 만큼 그룹내 영향력도 크다. 그룹 2인자로 꼽혔던 이학수 전 부회장, 김징완 전 삼성중공업 부회장, 송용로 전 삼성코닝 사장, 유석렬 전 삼성생명 사장,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 등 40명이 넘는 CEO를 배출했다.  제일모직은 ‘삼성 인재 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했다.

제일모직 대표 출신으로 꼽히는 이학수 고문은 1971년 제일모직 대구공장 경리과 사원으로 입사해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의 요직을 거쳤다.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도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으로 삼성 계열 요직은 ‘제일모직 경리팀’에서 나온다는 목소리도 나왔었다.

이렇듯 제일모직의 회사 설립연도는 삼성물산이나 제일제당보다는 늦지만 그룹의 실질적인 모태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제일모직 법인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제일모직이라는 이름 자체는 계속해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제일모직 상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일단 외부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보존조치 할 계획”이라며 “패션 사업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며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할 예정이다.

양사는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양사의 핵심 사업인 건설·상사·패션·리조트·식음 등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가 강화되면서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34조원에서 2020년 6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