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국회 마지막 날까지 여야 이견 좁히지 못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기업 불확실성 더 커져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정기국회 마지막날이었던 9일 국회는 끝내 세제개편안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여야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뤄냈지만,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재계는 여전히 속이 타는 모양새다.

10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이번 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이고, 여기에 지방세를 포함하면 최고세율은 27.5%에 이르기 때문이다. 

   
▲ 정기국회 마지막날이었던 9일 국회는 끝내 세제개편안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여야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뤄냈지만,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재계는 여전히 속이 타는 모양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법인세 최고세율 감면의 혜택은 연간 영업이익 3000억 원 이상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초부자기업 맞춤형' 특혜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부자 감세'로 세수가 줄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부자감세'는 잘못된 논리라는 것이 재계를 포함한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앞서 재계역시 야당의 '부자감세 ' 논리에 법인세제 개편 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간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9일 "개편안에 최고세율 인하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특례세율 적용도 포함돼 있어 개편안 통과 시, 9만3950개 중소기업이 혜택을 누린다"며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는 최고세율 인하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특례세율 적용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법인세제 개편안은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구간에 대한 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p 인하하는 것과 함께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과세표준 2~5억원 구간의 세율을 현행 20%에서 10%로 10%p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의 법인세제 개편안에는 현재의 4단계(세율 10~25%) 누진과세 체계를 2단계(20~22%)로 단순화시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전경련은 이로 인해 과세표준 2억 원 이하 구간의 세율이 기존 10%에서 20%로 상승함에 따라, 과세표준 3000억 원 이하 대기업의 경우 중소․중견기업과 같이 특례세율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세부담이 현재보다 오히려 2000만 원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특례세율 적용으로 많은 중소·중견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음에도, 최고세율 인하만 보고 금번 법인세제 개편안이 소수의 대기업에 대한 부자감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경제위기 상황인 만큼 규모를 막론하고 기업들의 경영위기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법인세제 개편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인세제상 우리기업이 미국기업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미국 법인세는 당초에 세율이 15~39%로 총 8개의 과표구간을 가진 복잡한 구조였으나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세금감면 및 일자리법'을 통과시켜 세율을 21%로 낮추고, 과표구간을 단일화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해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과표구간을 3개에서 4개로 늘렸다. 이로 인해 한국기업들은 법인세제상 미국보다 불리한 여건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한국에만 있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세율 20%)도 추가 법인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기구 역시 우리나라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IMF는 우리나라가 과표구간 단일화 등으로 법인세 왜곡을 없애 효율성을 제고할 것을 주문했고 OECD는 경기 하방요인으로 2018년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기업의 투자감소를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0년간 양국기업의 법인세 과세 전후 순이익을 비교해본 결과, 한국기업의 세후이익 감소율이 미국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격차는 법인세율 변동이 있었던 2018년 이후 크게 벌어졌다"며 법인세 인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미국은 2018년 영토주의 과세체계를 채택하여 미국 본토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국내외 소득 모두 과세대상에 포함한 이후 일정부분 세액공제를 해주는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채택 중이어서 금액에 한도가 있어 공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이중과세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번 법인세법 개정안에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적용되는 해외자회사의 요건을 완화하고, 해외자회사 배당금을 익금불산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국회 처리는 끝내 무산 됐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회 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는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숨통을 트여줄 방안 중 하나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정기 국회 통과가 무산 돼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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