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계열사 여성 CEO "데이터 사업 강화 의지"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롯데그룹이 여성 임원 비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지만, 주력 사업 개편과 외부 인재 영입 등 성장통을 겪는 가운데, 이 같은 변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15일 연말 정기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에 처음으로 외부 여성인재를 발탁했다. 롯데그룹에 여성 CEO가 탄생한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무려 4년 만이기도 하다. 

   
▲ 롯데멤버스 대표이사 내정 전무 김혜주/사진=롯데지주 제공


첫 외부 여성 대표이사의 주인공은 롯데멤버스 김혜주(사진) 전무다. 그는 금융,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KT를 거쳐 현재 신한금융지주 빅데이터부문장, 마이데이터유닛장 상무를 맡고 있다.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는 여러모로 어깨가 무거운 자리에 올랐다. 우선 2015년 롯데카드로부터 분사해 회사 설립이 10년도 채 되지 않은 롯데멤버스의 세 번째 수장이다. 

또 롯데그룹은 제과와 식품 등 전통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최근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육성해야 한다며,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주력사업 개편에 나섰다. 올해 초에는 신 회장이 직접 메타버스 회의를 제안하며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구조에서는 변방 취급받던 롯데멤버스, 롯데정보통신과 같은 IT정보통신 계열 회사들이 부상한 시점이다. 

특히 롯데멤버스가 보유한 4000만 소비자 데이터는 롯데그룹 유통군 미래경쟁력 핵심가치로 평가 받는다. 롯데 멤버십 엘포인트, 간편결제 엘페이 등과 연계해 충성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내는 것이 숙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환자 데이터 수집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롯데 여성임원은 현재 47명으로, 그룹 전체 임원의 7.1%에 해당한다. 지난해 대비 12명이 증가한 수치다. 대표이사급은 신동빈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제외하면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가 유일하다. 롯데멤버스의 실적이 곧 그룹 내 여성 CEO에 대한 평가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앞서 롯데그룹 최초 여성 CEO 선우영 롭스 전 대표가 1년 만에 롯데하이마트 상무로 옮기면서, 실적부진으로 인한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우영 대표 시절 롭스는 1년 만에 100호점까지 점포를 늘리며 1위 CJ올리브영 경쟁자로 치고 올라왔었다. 브랜드 초기 투자로 적자를 면치 못한 탓이 크지만, 통상 2년인 대표이사 임기보다 빨리 자리를 떠났다. 이후 4년이 지나서야 롯데그룹에서 다시 여성 CEO가 탄생했다. 

롯데 멤버스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간편결제나 멤버십 제휴사 등 안정적 매출 외에도 데이터 사업을 강화하려는 그룹의 확고한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유통업계에서 여성 CEO는 드물고, 장수한 전례는 더더욱 찾기 힘들었다. 올 연말 인사에서는 여성 임원들이 대거 대표이사로 기용돼 눈길을 끈다.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 외에도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가 지난달 LG그룹의 첫 번째 여성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는 CJ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다. 11번가도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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