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이전 강행에 노사 대립 심화, 친정부 인사 수장 논란
올 한 해는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긴축이 심화됐던 한 해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여파와 국내 높은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여신과 수신상품 금리가 오르면서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졌고, 은행으로 자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심화됐다. 주요 금융지주는 은행 부문 이익이 크게 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편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세대교체'속 '관치금융' 부활 우려도 감지됐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본격 출범하면서, 금융 기관 수장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그 중에서도 국책은행은 정권 코드에 발맞춘 인사들로 교체되면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새로 부임한 보은 인사가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총력을 다하는 까닭인데, 은행별로 내부 분위기는 각양각색이다.

   
▲ 산업은행 본점 전경/사진=김상문 기자


우선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7일 새 수장으로 부임했다. 강 회장은 대선 당시 후보정무실장직을 맡아 윤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했고, 대통령이 경제공약을 만들 당시 상당 부분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윤 정부의 경제 브레인으로서 활약한 만큼, 공약에 발맞춰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국정과제 중 하나인 '본점 지방이전'을 두고 내부 직원들과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그에 비해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직원들과 정부의 니즈를 모두 충족하는 인사로 꼽힌다. 지난 7월 26일 취임한 윤 행장은 최초 내부 출신 행장이라는 점, 윤 대통령과의 인연 등이 작용하며 인사 잡음을 일으키지 않았다. 

윤 행장은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당시 서울의 한 독서실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윤 대통령을 알게 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수은 행장 자리에 윤 행장이 46년 역사상 최초로 자리한 것도 이러한 인연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평가다.

IBK기업은행은 내년 1월2일 임기 만료를 앞둔 윤종원 행장의 뒤를 이어 내외부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차기 행장으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을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내부 출신으로는 김성태 기은 전무, 최현숙 IBK캐피탈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특히 정 전 원장은 기재부와 금융위 요직을 두루 거쳐 전문성을 지닌 관료로 평가받지만, 금감원장 자리를 지난 6월 자진사퇴한 이력 때문에 기은 노조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 측은 올해 상반기까지 감독기관장을 맡던 인사가 피감은행장이 되는 만큼, 공직자윤리법 상의 퇴직자 취업제한 규정 취지를 거스르는 행위로 보고 있다. 

   
▲ 사진=수출입은행 제공


수장 교체에 발맞춰 국정과제 수행은 논란거리다. 그 중에서도 '지방이전'은 최대 화젯거리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산은과 수은의 부산이전을 언급해 양행 내부에서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현재는 은행별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부산이전을 언급한 산은의 경우, 강 회장이 정부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노사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대통령 요구에 지방이전의 신속 이전을 다짐했던 강 회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개인적으로 국정과제로 선정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이 국정과제를 어떻게 잘 실행하는가가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 직원들이 제가 회장이라도 국가 최고책임자들이 결정한 부분을 어길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뜻인 만큼, 지방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산은 노조를 비롯해 직원들은 이날 현재까지 지방이전을 반대하며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조윤승 산은 지부 노조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과제 점검회의라는 명목으로 진행된 정치쇼에서 증명되지도 않은 균형발전효과를 운운하며 산은 이전을 압박했다"며 "부산이전은 거래처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한 현실을 무시한 처사이며, 타 지역에 대한 역차별로 지역불균형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잘못된 국정과제"라고 비판했다. 

산은 노조는 △업무비효율로 인한 고객사 피해 △차입경쟁력 약화에 따른 정책금융 수행능력 저하 △핵심인력 유출로 인한 경쟁력 저하 △서울금융중심지 정책 포기 △원활한 정책 공조 및 비상경제 대응 불가능 △지방은행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기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지방이전 등을 내걸어 이전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수은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당초 수은도 지방이전의 물망에 올랐지만 윤 행장이 적극적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을 만나 서울 잔류 필요성을 어필한 덕분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의 과거 인연도 크게 작용해 서울에 잔류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기은도 여야의 법안 개정으로 본점을 이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대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대구의 중소기업 비율이 99.95%, 중소기업 종사자 수가 93.92%로 전국 8대 특별·광역시 중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대구이전을 명문화하는 법을 발의한 바 있다.  

   
▲ 기업은행 본점 전경/사진=기업은행 제공


아울러 금융위원회가 국책은행이 보유한 우량 여신을 시중은행에 대거 이관한다는 '특혜 시비' 논란도 제기되면서, 금융권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산은의 '우량·성숙단계 여신(대출) 판별기준 시나리오' 문건에 따르면 산은은 전체 영업자산 243조 7000억원 중 106조 5000억원을 이관할 수 있는 영업자산으로 분류했다. 이 중 최고 신용도를 자랑하는 알짜 회사만을 골라 최대 18조 3000억원의 영업자산을 시중은행에 넘길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세웠다. 

당시 산은은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우량·성숙 여신과 관련해 내부적인 검토를 위해 자체적으로 판별기준 등 실무적인 수준의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코자 내부 회람한 바 있다"면서도 "우량여신을 시중은행에 이관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며, 관련 내용을 추가적으로 검토·보고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기은에서도 IBK경제연구소를 비롯한 전체부서를 대상으로 '정책금융 역할재편' 관련 문건 작성을 주문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은은 국책은행이지만 상장사로 등록된 만큼, 자산을 국가가 이전 명령하는 게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국책은행은 정부 임김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대통령과의 친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라며 "산은이 부산이전의 직접적 타깃이 된 만큼, 수은과 기은은 산은의 행보만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유를 강조하며 출범했는데 채권발행 중단, 관치인사 등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행장들이 취임 당시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을 우려하며 비상경영을 선포한 바 있는데, 당장 국가경제와 조직 안정에 힘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