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인턴기자] 최근 종영된 SBS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연쇄살인범 역할을 맡은 남궁민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드라마·영화 등 작품에 등장한 연쇄살인범이 재조명 받고 있다.

▲ 사진=영화 '살인의 추억' 캡처

연쇄살인범 역할 통해 인지도 높여

2003년 개봉했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정황상) 용의자로 등장한다.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실제 사건처럼 영화에서도 유력한 용의자인 박해일을 결국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 전까지 인지도가 낮았던 박해일은 ‘살인의 추억’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중국까지 ‘별그대’ 열풍을 불러온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방영되는 날마다 ‘소시오패스’라는 단어를 검색어에 올리는 데 일조했다. 극중 연쇄살인범 이재경으로 출연한 신성록은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가차 없이 살해하는 소시오패스로, 그의 다음 행보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후 신성록은 2014 SBS 연기대상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의 남녀 주인공은 연쇄살인범 권재희 역할의 남궁민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남궁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끌어가며 사건을 유발하는 중심 역할을 담당했다. 시청자는 물론이고 드라마를 연출한 백수찬 PD에게도 “힘든 캐릭터였는데도 대단히 훌륭하게 소화를 했다”는 평을 받았다.

▲ 사진=SBS '별에서 온 그대' 방송 캡처

연쇄살인범 역 배우들의 공통점은 ‘부드러움’?

위의 작품들에서 등장한 연쇄살인범 역할의 배우들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굉장히 호감형의 외모를 가졌다. 보통 살인범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무섭고 강렬한 인상·커다란 덩치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이다. 이 때문인지 극중에서 주변 사람들은 이들이 연쇄살인범으로 돌변하기 전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다.

배우의 인상과 어울리게 극중 성격 또한 욱하거나 과격하지 않아 주위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쉽다.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은 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순진한 얼굴로 무죄를 주장한다.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은 친형조차 살해하지만 겉으로는 예의바르고 성실한 인물이다.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성공한 스타 셰프로 등장하는 남궁민은 모두에게 친절하다.

이처럼 완벽해 보였던 사람이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듯 정반대의 어둡고 파괴적인 면모를 보일 때 시청자들은 충격과 함께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또 연쇄살인범 역할은 극단적인 악을 연기함으로써 해당 배우의 ‘연기 변신’을 돕고 시청자에게 인상을 남긴다.

연쇄살인범 캐릭터에 대한 우려도

작품 속 연쇄살인범 역할의 캐릭터들은 실제 연쇄살인범의 프로파일링과도 유사하다.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실제 연쇄살인범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멀쩡한 외모로 연애·결혼에 장애가 없었다는 것이다.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신뢰를 쌓았다는 점도 유사점이다. 이들이 검거된 후 동네 사람들은 “싹싹하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한편 극중 연쇄살인범 역할을 맡은 배우가 인기를 끌고 작품이 흥행하면서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언론매체의 취재에 따르면 범죄를 다룬 작품이 실제 모방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발견됐다. 2005년 영화 ‘공공의 적’에 등장한 수법대로 살해한 노인의 시신에 소금과 커피크림을 뿌려 지문을 감추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영철의 책상에서도 ‘공공의 적’, ‘크라임 라이프’ 등의 DVD가 발견됐다. 2007년 인천 송도에서 영화 ‘그놈 목소리’를 모방한 납치사건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반면 연쇄살인범은 대부분 사이코패스 등 정신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모방범죄와는 거리가 멀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극중 캐릭터의 영향으로 연쇄살인이 가볍게 다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