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화물연대 파업·러-우 전쟁·IRA 등 대내외적 악재
위기 대응 위한 인사 단행…경영 정상화 드라이브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올 한해 다양한 대내외적 악재들 속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제 수급 불균형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시작으로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른 판매량 감소로 유난히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다만 각 브랜드들은 회사의 분위기를 전환할 중요한 신차들을 소개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대내외 악재 속 성장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수급난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안정적으로 차량을 생산하지 못했다. 특히 대다수 차량용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대만의 TSMC에 위탁생산 방식을 택하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됐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 /사진=미디어펜


현대차, 기아,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 출시로 위기 타개에 나섰지만 정상적으로 생산이 이뤄지지 못해 대기 물량만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나아가 인기 차량은 주문해도 대기 기간만 1년에 육박할 정도였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면서 완성차 업계의 부담은 확대됐다. 실제 현대차·기아가 매입한 알루미늄 톤당 가격은 지난해 말 2480달러(약 323만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832달러(약 369만 원)로 14.2% 상승했다.

대내외 악재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 판매에 재동이 걸리기도 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공장에서 생산한 완성차를 카캐리어를 통해 출고센터로 탁송했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대부분 운행이 중단됐다. 

자동차업계는 완성차를 로드 탁송하고 있어 별도의 인건비·적재보관료 등으로 하루 수억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업계는 지난 6월 화물노조 파업 때 나흘간 5400여 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져 2571억 원의 피해를 봤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는 이같은 악재에도 생산량 조절을 통한 의미있는 성과를 이어갔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 수는 677만3724대로 전년 동기 대비 3.51%(654만4057대)로 소폭 상승하면서 위기속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완성차 5개사의 내수 점유율은 현대차 49.21%, 기아 39.03%, 쌍용차 4.95%, 르노코리아자동차 4%, 한국지엠 2.82%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전체 360만138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내수에서 62만8497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6.39% 감소했지만 해외의 경우 298만1641대로 같은 기간 3% 성장세를 기록했다. 기아는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체 266만3734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내수에서 49만532대를 기록하며 0.67% 상승, 해외에서는 217만3202대로 4.4% 증가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를 앞세워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시장에서 11%의 시장 점유율 기록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 점유율 9.9%로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에서는 아이오닉 5가 '일본 올해의 수입차'에 이름을 올리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르노코리아는 전체 15만만111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29.5%로 상승했다. 내수는 5만246대로 6.84% 감소했지만 수출이 8만7964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3% 대폭 상승했다. 한국지엠은 전체 26만7076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3% 상승했다. 

   
▲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현대차 아이오닉6, 쌍용차 토레스, 르노코리아 XM3 하이브리드, 한국지엠 쉐보레 타호./ 사진=미디어펜


내수는 3만5399대로 31.6% 감소했지만 수줄이 23만1677대로 전년 동기 대비 34.7% 증가했다.

올해 KG그룹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한 쌍용차는 올해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쌍용차는 전체 10만4566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2.8% 증가했다. 내수는 6만2278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3.19% 증가했으며 수출은 4만1420대로 67% 증가했다.


◇위기 대응 위한 인사 단행…경영 정상화 드라이브

국내 완성차 업계는 위기 대응을 위한 인사를 단행하고 실적 개선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원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체질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12월 20일 진행한 임원 인사에서 3명 중 1명이 40대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국적·연령·성별을 불문하고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우수 인재들"이라고 평가하며 "내년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최근 진행된 대표이사 사장단 인사에서는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CO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는 2016년 1월 현대차그룹에 합류해 제네시스 디자인 및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미래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신설한 GSO(Global Strategy Office)를 이끌어 갈 적임자로 김흥수 부사장을 임명했다.

쌍용차는 지난 10월 5일 KG그룹 인수 후 첫 조직개편과 함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첫 발을 뗀 것이다.

쌍용차는 '7본부 26담당'의 조직을 '2부문 8본부 28사업체'로 확대개편했다. 효율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본부를 통합 관장하는 '부문'과 생산과 판매, 개발 업무를 지원하는 사업지원본부를 신설했다. 사업 역량 확대를 위해 국내 및 해외 영업본부를 사업본부로 변경했고, 현행 '담당' 조직은 '사업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쌍용차는 회생절차 개시로 축소된 기본 기능을 복원하고, 미래 성장 발전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미래 첨단 전자기술을 통합 관리하는 조직도 신설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기업회생절차 종결을 앞두고 인수합병(M&A)에 따른 경영환경 변화 대응, 조기 경영정상화 등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올해 3월 도미닉 시뇨라 사장의 후임으로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을 선임했다. 그는 르노 남미시장 차량 개발 총괄 엔지니어, 준중형·중형 세그먼트 신차 개발 프로그램 디렉터 등을 거쳐 르노그룹의 선행 프로젝트 및 크로스 카 라인 프로그램 디렉터를 역임했다. 

스테판 사장은 르노코리아 사장으로 부임 16일 만에 르노삼성자동차에서 르노코리아자동차로 변경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다양한 글로벌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르노코리아의 경쟁력도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오는 2024년 국내 시장 출시를 목표로 르노그룹 및 길리홀딩그룹과 함께 하이브리드 합작 모델을 선보이는 '오로라(Auror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기아 광명 소하리 공장에서 출고된 수출용 차량이 로드 탁송 방식으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한국지엠은 올해 6월부터 엔지니어 출신인 로베르토 렘펠 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렘펠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답게 업무를 논리적으로 분석한 뒤 주도면밀하게 수행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동차에 대한 공학적 이해도가 높은데다 애정을 갖고 있는 카가이(car guy)로 사내에 알려졌다. 동시에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임직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등 인간미를 지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렘펠 사장은 한국지엠이 내년 1분기출시 예정인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의 흥행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과 시장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IRA 시행 완성차 업계 '울상'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경쟁력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지난 8월 발효 이후 미국 시장에서 판매 계약된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즉각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예정보다 6개월가량 앞당겨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착공식을 여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양산이 본격 시작되기 전까지는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주력 친환경차 모델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IRA 시행으로 인한 피해는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11월)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5 판매량은 1191대로 전달 1579대보다 24% 감소했고, EV6의 경우 641대로 전달 1186대보다 46%나 줄었다.

중견 완성차 3사 르노코리아, 쌍용차, 한국지엠의 경우 지금 당장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IRA에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빠른 시일내에 해답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IRA가 미국 상원을 통과한 8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자동차, 배터리 등 유관기업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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