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특수본, 현장 지휘한 용산소방서장도 구속 영장 예정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10.29 참사와 관련, 안전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혐의로 구속됐다. 할로윈 축제 안전 조치 부서 책임자인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 대한 구속 영장도 함께 발부됐다.

27일 연합뉴스는 김유미 서울서부지방법원 영장전담 판사가 전날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을 한 뒤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모두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 10월 29일을 전후로 할로윈 기간 안전 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걸어들어가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한편 박 구청장 측은 이날 심문에서 "할로윈 축제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여서 지방자치단체 책임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주최자 유무와 무관하게 대규모 인파 행사가 예정된 경우 관할 지자체가 일차적 안전 관리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증거 인멸 우려도 구속 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박 구청장이 수사를 앞두고 휴대 전화를 교체한 뒤 기존 단말기에 저장된 전자 정보를 삭제한 정황을 파악했다. 자신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증거 인멸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나 구속 사유로 참작될 수 있다. 특수본은 이같은 수사 결과를 법원에 제시하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함께 구속된 최 과장은 부실한 사전 조치로 참사를 초래하고 사후 대응도 소홀히 해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참사 발생 직후 수습에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있다.

특수본은 최 과장의 택시 호출 앱 등으로 행적을 추적한 결과 그가 지인과 술자리에서 참사를 인지한 뒤 택시를 타고 사고 현장 인근 녹사평역까지 갔다가 차를 돌려 귀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최 과장은 당시 만취 상태였기 때문에 이동 경로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그가 고의로 직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했다.

10.29 참사와 관련한 혐의로 구속된 선출직 공무원은 박 구청장이 처음이다. 특수본 출범 이후 구속된 피의자는 모두 6명으로 늘었다.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51)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에 이어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간부들까지 구속되면서 압사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가릴 이번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수본은 경찰 외에도 소방·구청 등 관련 기관의 과실이 모여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법리를 구성해 우선 용산구 일대 공무원들의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소방당국 현장 지휘 책임자였던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도 조만간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아울러 특수본은 사고 발생 당일 중앙긴급구조통제단(중앙통제단) 운영과 관련한 문건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는 소방청 소속 공무원들 신병 확보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역에서 하차하려는 승객이 크게 늘어나는 데도 무정차 통과 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 송은영 이태원역장의 구속 영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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