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기조에 안전 자산 선호 심리 커지며 인기 '뚝'
신뢰도 추락에 거래소 파산까지 투자자 '충격'
올해 초 코스피 3000 주변에서 화려하게 개장한 2022년 국내 증시는 결국 단 한 번도 연초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1년 내내 흘러내렸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5월 취임하며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지만 한 번 형성된 하락추세를 반전시킬 수는 없었다. 주식투자 자체에 대한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실망과 시장 이탈, 연이어 터진 가상자산시장 악재, 신규상장(IPO) 시장 침체, 증권업계 구조조정 등 우울한 소식이 가득 했던 올 한 해 증권시장의 주요 뉴스를 돌아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홍샛별 기자]2022년 가상자산 시장은 그야말로 혹독한 한해를 보냈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인 열풍’을 타고 천장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이 치솟던 건 모두 옛말이 됐다.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진 데다 테라·루나 사태, FTX거래소 파산 등으로 신뢰도 역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시장은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 올 한해 '혹한기'를 보낸 가상자산 시장이 내년엔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을시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세계적 금리 인상 기조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 ↑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해 11월 정점을 찍은 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연준은 올해 여덟 차례(1·3·5·6·7·9·11·12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1월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6월부터 지난 11월까지는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기도 했다. 

실제 올해 1월말 연준의 첫 번째 FOMC를 앞두고 비트코인의 가격은 하루 사이 10% 넘게 빠지기도 했다. 

금리 인상이 가상자산의 가격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다. 공격적 투자를 하기보다는 은행 예금 등으로 이자를 받는 편을 택한다는 뜻이다. 

가격 변동성 및 위험성이 큰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시장에 풀려 있던 돈은 급속히 빠져 나갔다. 여기에 금융 당국의 규제나 보호 체계가 없다는 점도 가상자산 시장의 몰락을 부추겼다. 

◆테라·루나발 가상자산 신뢰도 추락…FTX 파산 ‘충격’

가뜩이나 시장 침체 상황 속에서 가상자산의 본질을 뒤흔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테라·루나 사태다. 한국산 가상자산인 테라와 루나는 ‘1코인=1달러’로 설계돼 가격 안정성을 높인 이른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테라 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디페깅(Depegging) 현상이 발생하면서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다. 테라의 가격 폭락으로 가상자산 시가총액 10위권이던 자매 코인인 루나 역시 99.99% 하락을 기록했다. 

테라·루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는 모두 28만명, 피해 규모만 약 77조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테라·루나발 충격이 채 가시기 전인 지난 11월 또 다른 비보가 전해졌다.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소식이다.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높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던 곳이어서 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FTX의 파산은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가 FTX와 알라메다의 재무 건전성이 취약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코인데스크는 알라메다 리서치 자산 대부분이 FTX의 자체 발행 가상자산인 FTT로 이루어져 있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코인 데스크의 보도 이후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보유 중이던 FTT를 전량 처분하기로 하면서 FTX에서 뱅크런(고객이 자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는 현상) 사태가 발생했다. 투자자들은 3일반에 60억달러(약7조8200억원)를 인출했고, FTT가격은 겉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불투명한 미래…가상자산 봄날 올까

가상자산 대표주자격인 비트코인은 올해 1월 미 연준 FOMC를 앞두고 폭락했다가 올 3월 말까지 상승하며 4만8000달러를 회복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와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기조에 다시금 하락세로 전환했다. 4월 비트코인 최고가는 4만7300달러, 최저가는 3만7993달러로 지난해 11월 최고가와 비교하면 19.6% 가까이 떨어졌다. 

테라·루나 사태를 겪으며 3만달러까지 가격이 빠졌고 FTX 거래소 파산 여파가 이어지면서 1만6000달러까지 추락했다. 

28일 오후 2시 기준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1만666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이 내년에는 다시금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기대와 여전히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반에크의 매튜 시겔 디지털자산 연구책임자는 디지털자산 연구책임자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잇따른 파산 가능성으로 내년 1분기에 비트코인 가격이 1만달러~1만2000달러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문가의 경우 내년부터 가상자산 기술의 쓰임새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침체기를 이겨 낼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2023년은 가상자산 기술의 쓰임새가 더욱 확장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면서 “변동성이 높은 가상자산 가격을 단기적으로 예측하기란 쉽지 않지만, 내년에는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반등하여 1조에서 1조5000억달러(약 1914조원) 구간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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