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갑작스런 감독 경질로 논란에 휩싸인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김기중(48) 전 수석코치(현 선명여고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흥국생명 구단은 6일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과 지도력을 겸비한 김기중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사태에 대해 배구를 사랑하는 팬과 배구 관계자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게 생각하며, 김 감독이 빨리 선수단을 추슬러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다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 흥국생명 신임 김기중 감독. /사진=흥국생명 배구단


이에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2일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동반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당시 구단주 명의의 발표문에서 밝힌 감독 경질의 이유는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이번 시즌 2위의 호성적을 내고 있고, 관중 동원 1위를 달리며 잘 나가고 있던 상황이어서 시즌 중 납득하기 힘든 감독 경질로 논란을 불렀다. 구단이 선수 기용에 개입하는 등 권순찬 감독과 마찰을 빚은 것이 이유로 거론됐다.

구단에서는 이영수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으나 이 감독대행도 5일 GS칼텍스전을 승리로 이끈 후 사퇴했다. 팀 간판스타인 김연경은 "선수 기용에 관한 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구단 측이) 원하는 대로 했다가 몇 번 진 경우가 있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며 작심하고 구단의 처사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김기중 신임 감독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떠맡게 됐다.

김기중 감독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삼성화재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은퇴 후 GS칼텍스, LIG, 현대캐피탈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2018년부터 4년간 흥국생명에서 수석코치를 맡아 2018-19시즌 통합우승, 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힘을 보태 흥국생명을 잘 안다는 장점이 있다. 2021-22시즌이 끝나고 박미희 전 감독이 팀을 떠난 뒤 유력한 감독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김기중 신임 감독은 "지난 4년간 흥국생명에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다시 흥국생명에 돌아와 감독직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었다"면서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중 감독이 8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리는 IBK기업은행전부터 팀을 이끌 예정인 가운데, 배구팬들은 이번 흥국생명의 감독 교체에 항의하며 시위에 나섰다.

'여자배구행복기원단'이라고 소개한 팬들은 6일 자비로 트럭 시위를 시작하며 "흥국생명 구단과 모기업 태광그룹은 선수 기용을 문자로 지시하는 등 월권을 행사했고, 시즌 중에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감독을 경질했다"며 "감독 경질과 경질 배경이 공개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여자배구 팬과 흥국생명 팬들은 모기업 태광그룹의 행태에 큰 분노를 느꼈다. 이에 뜻을 함께하는 팬들이 트럭 시위를 통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납득하기 힘든 시즌 중 감독 교체에 항의하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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