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대비 가파른 전셋값 하락세…자금력 없이는 서울서 매매 전환 어려울 전망
[미디어펜=이동은 기자]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격차가 2000년 이후 최대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갱신권 사용과 월세 전환으로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린 매물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전세 시세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다.

   
▲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4235만 원, 전세가격은 2076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가격 차는 2159만 원으로 2000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약세를 보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이 더 큰 폭으로 내리면서 격차를 키웠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45% 하락한 데 비해 전세가격은 3.91%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은 지난해 2월부터 꾸준히 약세를 보였다. 갱신청구권 사용, 대출이자 부담 확대에 따른 월세 전환 증가로 신규 전세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집값 하락기에 급매로 처분하는 대신 전세로 선회하려는 집주인들이 나타나면서 수급 불균형이 발생했고 전세가격 하락 폭이 커졌다. 지난해말 전용면적 84㎡ 기준 서울 아파트의 매매 대비 전세가격 차는 평균 7억 원 수준으로 조사됐다. 

매매와 전세간 가격 격차가 줄면 매매 시 자금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거래가 용이해진다. 실제로 3.3㎡당 매매와 전세가격 차가 496만 원으로 낮았던 지난 2015년 서울 아파트의 매매 거래량은 12만 225건으로 2006년(12만 812건) 이후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 인하와 규제 완화책에 전세금을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한 갭투자 및 매수 전환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매와 전세간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책에도 서울 아파트 거래 회복은 더딜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매매와 전세간 가격 차가 크게 벌어진 데다 집값 하락 전망이 우세해 전세 세입자들의 매수 전환 동력이 약한 상황이다”며 “정부가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금융 지원,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등 정비사업의 족쇄를 푸는 등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고금리와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커 매수심리가 회복되는 데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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