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공동 진출 및 SMR·초소형 원자로 개발 박차…수소·재생에너지·CCUS 아우르는 협력 플랫폼 구축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300억 달러(약 37조 원)에 달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한 가운데 원자력·수소·신재생 등 에너지 분야 기업들이 주목 받고 있다.

16일 이창양 장관과 술탄 알 자베르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은 '포괄적·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서명했으며, 수하일 알 마즈루이 UAE 에너지인프라부 장관도 '수소협력 MOU'를 체결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UAE원자력공사(ENEC)와 '넷제로 가속화 전략적 협력 MOU'를 맺었다.

   
▲ UAE 바라카 원전 3호기./사진=한국전력공사 제공

이번 MOU 체결의 배경에는 바라카 원전으로 쌓인 신뢰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발전소는 가압경수로 타입으로, 1400MWe 용량의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이 탑재됐다. 1호기는 2014년 원자로가 설치됐으며, 지난해 3호기가 송전계통에 연결됐다. 4호기가 상업운전에 돌입하면 UAE 전력 수요의 25% 가량을 한국 발전소가 충당하게 된다. 

양국은 제3국 원전 수출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초소형 원자로 기술 개발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 중 제3국 공동 진출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공기를 준수한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신고리 3호기는 8년 만에 완공된 반면, 미국·프랑스를 비롯한 경쟁국은 잇따른 지연으로 발전소 건설에 10년 이상 걸린 적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SMR은 산간 지역을 비롯해 전력 수요는 있지만 대형 원전이 들어서기 어려운 지역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개발 중인 원자로로, 상황에 따라 발전소를 추가하는 등 용량 조절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원전 보다 안전성이 높은 것도 강점으로, 원자력 설비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등의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 

원자력 안전위원회가 UAE 원자력 규제기관과 행정약정을 체결한 것도 원전 수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핵연료 공급 및 원전 유지보수를 비롯한 사업의 수출 허가에 필요한 기간이 최대 6개월 단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수출이 확대되면 두산에너빌리티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를 비롯한 주기기를 생산하는 중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대체하기 위한 대형 수소터빈도 개발하고 있다.

   
▲ 경주 한수원 본사/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SK그룹은 UAE 국부펀드와 함께 '자발적 탄소시장(VCM) 아시아 파트너십' 구축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VCM은 민간 기관인 인증한 탄소배출권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SK는 저전력 반도체와 연비개선 윤활유를 비롯한 제품을 앞세워 탄소중립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양사는 운영위원회·워킹그룹을 비롯한 협의체를 만들어 세부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탄소감축인증 방법의 신뢰도·투명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원유 수급 리스크도 낮아졌다. 이는 '한-UAE 국제공동비축사업'으로 공급 위기 상황시 계약 물량 전량(400만 배럴)에 대해 한국이 우선 구매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영향으로, 3년간 1400만 달러(약 172억6000만 원)에 달하는 대여 수익도 확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분야에서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전주기에 걸친 협력의 틀을 마련하고, 탄소 포집·사용·저장(CCUS)을 비롯한 에너지 전반에 걸친 포괄적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신시장 창출을 위한 동맹이 형성된 셈"이라며 "특히 중동 지역에서 방산·금융 등과 함께 진행하는 '패키지딜'의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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