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외국인등록제 폐지"…금감원 "사모CB 악용사례 조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위원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던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를 30여년 만에 폐지하겠다고 예고했다. 또 금융감독원은 사모 전환사채(CB)와 관련한 시세조정 등 14건의 중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며 밝혀 증권시장의 대표적 악습으로 손꼽히는 CB 관련 불공정 거래관행이 개선될 것인지 주목된다.

   
▲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업계 내부에 존재하는 오랜 관행을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사진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한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업계 내부에 존재하는 오랜 관행을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우선 지난 19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자본시장 분야 규제 혁신 안건을 심의했다. 

주목된 것은 이 자리에서 금융위원장이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 ‘폐지’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에서 ‘기존 관행에 불가침 성역은 없다’는 원칙에 따라 제도를 꼼꼼히 살펴봤다”면서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해도 기존 제도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인투자자 등록제도란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융당국에 인적사항 등을 사전 등록해야 하는 제도를 뜻한다. 외인 투자자들에 대한 등록증을 발급한 뒤 당국이 모든 매매 내역을 관리하겠다는 취지지만, 1992년 도입 이후 30여년이 지나면서 금투업계의 대표적인 ‘낡은 규제’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다.

금융위원장의 이번 언급에 업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그동안 사전등록이라는 번거로운 절차와 정보 노출 때문에 한국증시 투자를 꺼렸던 외국인들의 접근성이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조금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작년 11월 한국 정부는 MSCI 선진국 편입 재추진을 공식화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린다. 역시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은 사모 CB와 관련한 시세조정 등 14건의 중대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CB 인수 후 시세조종이나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주가를 부양시키고 부당이득을 얻는 등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엄정대응’ 방침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 중인 14건에 대해서는 ‘조사가 끝나면 검찰에 넘길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고, 이와 별개로  발행내역 전수 점검과 언론보도·제보·이상징후 분석 등을 통해 56개 종목에 대한 분석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모 CB와 관련된 불공정 사례는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악습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13~2015년까지만 해도 4조6000억원 규모였던 사모 CB 발행금액은 2020~2022년 23조원을 넘길 정도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이와 함께 불공정 거래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발행사가 CB를 회수한 뒤 최대주주 또는 제3자에 헐값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취하는 사례 등이 손꼽힌다.

금감원은 ‘사모 CB 합동대응반’을 꾸려 불공정 거래, 공시 위반, 불건전 영업 행위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며 제도 개선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이미 작년에도 에디슨EV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금융위‧금감원의 움직임은 특히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아주 반가운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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