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상'·유연탄값 하락 등 내세워 반발…시멘트업계, 전기요금 상승 비롯한 명분 제시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시멘트 가격 인상을 둘러싼 시멘트-레미콘 업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수익성 회복과 실적 하락 방지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시멘트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 1조400억 원·영업이익 117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8.4% 감소했다.

전기요금과 유연탄 가격이 시멘트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5%·30% 수준으로, 실제로 유연탄 가격은 2021년 11월 초 톤당 180달러 선에서 지난해 초 125달러대로 낮아졌다가 3월11일 256달러로 급증한 바 있다. 이후 지난 3일 기준 138.5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2020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3배 가량 높은 수치다. 

   
▲ 쌍용C&E 동해공장/사진=쌍용C&E 제공

쌍용C&E는 매출 1조9162억 원·영업이익 1561억 원, 삼표시멘트는 매출 6964억 원·영업이익 474억 원을 시현하는 등 매출이 높아졌음에도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매출 1조4515억 원·영업이익 1236억 원을 달성하는 등 영업이익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매출이 1800억 원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영업이익은 30억 원 가량 향상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요금 인상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올 1월1일부로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2분기 이후로도 공기업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한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 한전이 지난해 31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에 kWh당 51.6원 올라야 한전의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톤당 2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 인상 요인 중 1만3000원만 반영했다는 점을 들어 제품값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레미콘업계는 지난해말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추가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던 시멘트업계가 '말 바꾸기'를 시도한다고 지적했다. 

   
▲ 삼표산업 레미콘 믹서트럭./사진=삼표산업 제공

시멘트값이 톤당 10만6000원으로 높아지는 과정에서 유연탄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흡수됐고,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낮아지면서 원자재 수입에 소요되는 비용도 하락한 것 아니냐는 반론도 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2021년 7만8000원·지난해초 9만3000원 등 지속적으로 시멘트 가격이 상승한 것에 반감을 가진 중소 레미콘 업체들이 지난해 8월 셧다운을 선언하기도 했다.

건설업계와의 '샅바싸움'도 고민거리로 꼽힌다. 이미 수도권 레미콘값을 ㎥당 8만300원에서 10.4% 올렸으나, 원가 부담에 따른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오는 5월 마련될 예정인 협상테이블에서도 유사한 기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업체 입장에서는 표준운임제 도입으로 육상 물류비가 가중되는 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업황 부진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레미콘업계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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