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데이터 생성, 저장, 처리량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SK하이닉스 세계 최초 개발 HBM, AI시대 기술 진화 중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AI 시대에 일어날 기술 혁신의 중심에는 항상 메모리 반도체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15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AI 시대, 한국 반도체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며 이 같이 밝혔다. 

   
▲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15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그는 이어 "IT 기술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발전하며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며 "과거 PC 시대는 정보화 혁명을 불러왔고, 모바일 시대는 정보화 혁명을 가속화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클라우드(Cloud) 시대는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부연했다. 

"반도체, AI 시대 중심서 보이지 않는 혁신 만들어" 

박 부회장은 "AI 시대가 펼쳐지면서 과거에 못 푼 난제가 해결되고 자율주행차, 로봇,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해 우리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그 변화의 중심에서 보이지 않는 혁신을 만들어 온 것은 메모리 반도체"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반도체가 기술 발전에 기여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아이폰(iPhone)"이라며 "아이폰의 모태인 '아이팟(iPod)'이 처음 출시될 당시 저장 장치로는 하드디스크(HDD)가 사용됐으나, 메모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낸드 메모리가 HDD를 대체하며 스마트폰 혁신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출시된 아이팟 클래식(Classic)의 저장 장치는 HDD였으나, 2000년대 중후반 출시된 아이팟 나노(Nano)에는 HDD의 466분의 1 크기인 낸드 메모리가 사용돼 작고 예쁘면서도 휴대성을 강화한 디자인이 가능해짐. 아이폰 최신 모델은 저장 용량이 최대 1TB(테라바이트)에 달해 아이팟 나노 대비 250배로 커졌다. 

"메모리 기술 진화, SK하이닉스 역할 커" 

박 부회장은 "최근 화제의 중심인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시작으로 많은 빅테크 기업이 AI 챗봇(Chatbot)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이 분야가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 될 가능성이 대두됐다"고 진단했다. 

챗GPT 등 AI 시대가 펼쳐지고 관련 기술이 진화하면서 글로벌 데이터 생성, 저장, 처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흐름 속에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최고속 D램인 HBM은 AI 시대 기술 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등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박 부회장은 "CPU에 직접 연결되는 기존 메모리 용량 확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CXL 등 공유 메모리(Pooled Memory)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유 메모리는 서버 등에서 특정 플랫폼을 채용함과 동시에 메모리 용량과 성능이 고정되는 한계를 탈피해 메모리를 유연하게 확장해 활용할 수 있어, 고성능 연산 시스템에서 각광 받는 메모리 탑재 유형이다. 

"한국 반도체 경쟁력 위해 미래 기술 준비 필수" 

그는 "반도체는 20년 이상 한국의 수출 1, 2위 품목이며, 산업 종사자도 31만 명으로 추산된다"며 "한국의 글로벌 메모리 시장점유율은 62%로 압도적인 1위다. 그런 만큼 국가 차원에서 강화해야 하는 핵심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세계 각국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IT 기술 진화에 있어 필수 부품인 메모리는 영속적으로 성장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부회장은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 우수 인재 육성를 육성하고 정부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노력, 미래 기술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박 부회장은 대기업, 소부장, 학계가 함께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할 플랫폼으로 미니 팹(Mini FAB) 구축도 제안했다.  

그는 "전세계 반도체 강국들은 연구와 테스트를 위한 300mm 기반 미니 팹을 보유해 반도체 기술을 경쟁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국내는 200mm 기반 미니 팹만 보유. SK하이닉스는 2027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내에 미니 팹 성격의 300mm 기반 '트리니티 팹(Trinity FAB)'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전세계 서버용 D램이 DDR4에서 DDR5로 전환되면 2022년부터 2030년까지 누적 29.2TWh(테라와트시)의 전력을 감축할 수 있다"며 "이는 약 1167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반도체가 고효율/고성능 제품 개발로 지구와 인류에 기여하고, 이러한 리더십이 다시 업계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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