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에 가까운 중‧단거리 고객에게는 오히려 유리
장거리노선 공제폭, 외국 항공사 보다 낮은 수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오는 4월 1일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다만 장거리 노선 공제 폭은 외국 항공사보다 낮은 수준인 데다 20여 년 간 정체 됐던 마일리지 제도 개편의 합리적인 부분도 재평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 기준이 기존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총 10단계로 변경되면서, 장거리 노선의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기 위한 마일리지 공제 폭이 늘어난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다만 마일리지 제도 개편이 다수의 승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부분은 알려져 있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승객이 단거리 이용 승객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일리지 적립률이나, 운임의 20%까지 마일리지를 항공권 구입에 사용할 수 있는 복합결제도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유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외 항공사들과 비교해 봐도 결코 고객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80%에 가까운 중‧단거리 고객에게는 오히려 유리

고객들의 불만이 집중되는 부분은 공제량과 적립률 변경이다. 우선 보너스 항공권 및 마일리지 업그레이드에 사용되는 기준이 기존 지역에서 거리로 바뀌고 유류할증료 테이블에 맞게 10단계가 적용되면서 장거리 노선에서의 공제량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불만은 장거리 노선에 집중돼 있지만 중‧단거리 노선을 살펴보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 중 국내선 이용 고객의 비중은 50%에 가깝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국제선 중‧단거리 고객까지 포함하면 76%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또한 현재 3만 마일 이하의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은 전체 스카이패스 회원의 90%에 달한다. 반면 일반석 장거리 항공권 구매가 가능한 7만마일 보유 고객은 4%에 불과하다. 

즉, 공제  이 늘어나는 장거리 노선보다는, 공제  이 줄어들거나 합리화된 중‧단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다수의 승객들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의미다.


◇장거리노선 보너스항공권 공제폭, 외국 항공사에 비해 낮은 수준

변경되는 장거리노선 보너스항공권의 공제 마일리지도, 해외 항공사와 비교해볼 경우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일반석의 경우 대한항공의 공제폭이 월등히 낮으며, 일등석, 비즈니스석 보너스 항공권의 경우도 일부 경우를 제외하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공제량이 적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글로벌 항공사 구간별 왕복 공제 마일리지 (대한항공 8구간 기준) /표=대한항공 제공


8구간에 해당하는 인천~L.A.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 일반석 왕복은 현행 7만 마일에서 8만 마일로 늘어난다. 그럼에도 동일한 8구간 노선인 외국 항공사 마일리지와 비교할 때 델타항공(인천~시애틀)은 13만~15만마일, 유나이티드항공(인천~샌프란시스코)은 13.7만~16만마일, 에어프랑스(인천~파리)는 14~30만 마일이 필요하다. 

또한 9구간에 해당하는 인천~뉴욕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 일반석 왕복은 현행 7만 마일에서 9만 마일로 늘어난다. 그러나 동일한 9구간 노선인 외국 항공사 마일리지와 비교해 보면 아메리칸 항공(인천~댈러스)은 12만2000~13.8만 마일, 델타항공(인천~애틀란타)은 25만~26만 마일, 에어 캐나다(인천~토론토)는 11~20만 마일이 필요하다. 

   
▲ 글로벌 항공사 구간별 왕복 공제 마일리지 (대한항공 8구간 기준) /표=대한항공 제공



◇일등석‧프레스티지석 적립률↑…일반석도 외국 항공사보다 훨씬 유리

마일리지 적립률 조정도 다소 유리한 편이다. 

특히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의 경우 그대로 가져가거나 상향 조정했다. 일등석은 예약 클래스에 따라 200%, 165% 적용되는 P와  F 등급의 적립률을 각각 300%, 250%로 높인다. 

또한 프레스티지 클래스 중 J등급의 135% 적립률은 200%로 높였으며, C‧D‧I‧R 4개 예약 등급의 125% 적립률은 C 등급은 175%, D 등급은 150%로 높이며, I‧R은 125%를 유지한다. 

다만 일반석의 경우 13개 예약 등급 7개의 마일리지 적립률을 낮췄다는 점에서 볼멘 소리를 듣고 있다. 하지만 해외 주요 항공사들이 적립률 100%에 해당하는 예약 클래스들을 적게는 1개, 많게는 4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대한항공의 경우 적립률 변경 후에도 일반석의 적립률 100% 예약 클래스는 7개다.

   
▲ 글로벌 항공사 구간별 왕복 공제 마일리지 (대한항공 9구간 기준) /표=대한항공 제공



◇마일리지 항공편 운항 등 획기적인 대책 등 전향적인 검토 중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를 사용해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려해도 예약이 어렵다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 중이라는 후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성수기를 포함해 인기 있는 장거리 노선을 위주로 보너스 좌석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추가 항공편도 계획하고 있다는 것.

또한 대한항공은 고객들이 원하는 시점, 원하는 노선에 보다 용이하게 보너스 항공권을 예약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마일리지 좌석 비중을 넓혀나가는 기조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한항공의 적립률 일부 하향 조정은 2002년 이후 22년, 일반석 공제 마일리지의 부분적 인상은 20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대한항공은 장기간 동안의 마일리지 적립 환경 변화, 해외 항공사 트렌드 변화 등을 반영해 현실화 시킬 수밖에 없었다며 제도 변경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20여 년간 정체 됐던 마일리지 제도…합리적 평가도 이뤄져야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면서도 다수의 고객들을 위한 마일리지 제도 변경의 근본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해외 사업자들에 비해 고객 혜택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관 등 제도 변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정적인 면만 보고 악덕 기업으로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는 개선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수 항공사들의 경우 대부분 마일리지 유효기간도 1~2년에 불과하고,  마일리지 제도도 수시로 개편하고 있다는 점에서, 10년의 유효기간과 합리적인 공제폭을 가진 국내 항공사의 마일리지 제도는 고객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는 점은 간과하고, 일부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해서 비난하고 압박하는 것은 건전한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측면에서 지양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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