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금감원장 '이자장사' 비판…한투‧삼성‧KB '인하' 동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이복현 금감원장의 은행 '이자장사' 비판의 파문이 증권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가 연속되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도 하나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도리어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빚투’ 움직임을 가속화시키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이복현 금감원장의 은행 '이자장사' 비판의 파문이 증권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중 이자율은 내리는데 증권사들만 요지부동’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미 한국투자‧삼성증권이 이자율 인하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날 KB증권도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KB증권 측은 신용융자‧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을 내달부터 최고금리 구간에서 연 0.3%포인트 인하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신용융자 이자율과 주식담보대출 이자율 최고금리는 현행 연 9.8%에서 연 9.5%로 하향될 전망이다.

KB증권 측 관계자는 “신용융자 및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을 결정하는 기준금리(CP A1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인다”며 “최근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모습에 따라 고객의 금융부담을 줄여주고자 이자율 인하를 선제적으로 결정했다”고 안내했다.

이미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신용융자 이자율을 최고 0.4%포인트 인하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말 관련 회의를 열어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앞으로도 이자율 인하에 동참하는 회사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신용융자란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보증금을 받고 주식결제를 위한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일종의 단기 대출성 자금이므로 투자자들 입장에선 이번 이자율 인하가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다만 증권사들의 이번 결정이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이라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사 대상 신용융거래융자 이자율 현황 전반에 대한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보험‧카드‧증권사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여러 차례 날린 바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하면서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가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정부‧금융당국이 사실상의 시장개입을 한 상황에서 신용융자잔고는 다시 상승하고 있다. 최근의 증시 회복 분위기에 덧붙여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이자율을 내리자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결정도 이전보다 빠르게 내려지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올해 1월말 16조944억원 수준이었던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16일 기준 17조1423억원으로 2주 만에 1조원 넘게 늘어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의 관치(官治)로 돌아가는 것이 대한민국 은행업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일련의 상황에 불가피한 측면도 없진 않아 보인다”면서도 “맥락이야 어떻건 금융회사들의 금리결정에 외부요인이 가미되는 것에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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