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문 기자] 따뜻한 봄이 오면 우리 곁을 떠나는 대표적인 손님이 겨울 철새들이다.
그 중 황새는 진객 중에 진객이다. 한국의 천연기념물(제199호)이자 ‘멸종 위기에 처한 국제보호조’로 각별히 보호하고 있는 귀하신 몸이다. 학자들은 황새는 수 년 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황새는 더욱 드라마틱한 생을 살아왔다. 1971년 4월 1일 충북 음성군 생극면의 황새 부부가 밀렵꾼에 의해 수컷이 숨을 거두면서 홀로 남은 암컷(음성 과부황새)마저 농약중독으로 1994년 9월 23일 서울대공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지금은 텃새에서 겨울철새로 전락해 천수만, 순천만, 우포 늪, 해남 등지에 5~10마리가 불규칙적으로 날아올 뿐이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문화재청과 한국교원대학교의 황새복원연구센터가 합동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황새 자연번식에 성공했다. 아빠 ‘청출’이와 엄마 ‘자연’이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는 ‘칠만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텃새로는 절종된 상태에서 황새복원 연구 시작 7년 만에 세상에 태어났다는 의미다. 

   
▲ 황새 연구자들은 지구상에 660마리만 남아있어 이대로 방치하면 수 년 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경 우리나라로 날아와 이듬해 3월까지 머무르며 겨울을 난다. 사진은 갤럭시S23울트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갤러리에서 ‘리마스터’로 보정하였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지난 17일 충남 서산 천수만의 모처(황새 보호를 위해 지명은 생략)를 찾았다.
오늘은 철새들의 ‘아름다운 비행’이 주제.

여명이 밝아오자 논에는 흑두루미의 움직임이 활기차다. 그 중 몸이 하얀 새가 서 있다. 흔한 백로로 여기고 무심히 보다가 혹시 하는 생각에 자세히 보니, 아~ 너는 귀한 황새. 경계심이 많고 워낙 예민한 녀석이라 차 안에서 스마트폰 카메라 줌을 최대로 하고 관찰하는 것이 최선이다.

폰카에는 하얀 몸통에 날개 끝 깃털은 검은색, 눈은 연한 노란색, 부리는 검은색으로 나타난다. 또한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을 연상시키는 가느다란 다리는 붉은색으로 나타난다. 특히 눈매가 매섭다.

주변을 둘러보며 사뿐사뿐 느긋하게 걷는다. 그러다 지나가는 트럭 소리에 순간 몸이 경색되더니 바로 도망간다. 근처 흑두루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다른 곳의 녀석까지 연속 날아와 먹이를 먹는데… 그 풍경 자체가 산수화 같은 아름다운 비행이다. 

   
▲ 황새가 인기척에 놀라 도망가고 있다. 사진은 갤럭시S23울트라로 연속 촬영한 이미지를 갤러리에서 GIF로 저장 후 ‘GIF 리마스터’로 보정하였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잠시 후 황새가 다시 돌아오지만 이번에는 사람들 인기척에 놀라 다시 아주 멀리 달아난다. 반나절을 기다려도 황새는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황새가 붉은색 두 다리를 뒤로 반듯하게 모으고 부리를 앞으로 길게 내밀고 날아가는 모습이 우아하고 아름답다고 하지만, 황새에게는 체력 방전을 시키는 큰 고통이다. 휴식과 먹이로 체력을 보충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런 환경에 다시 돌아올지 의문이다. 
귀한 손님, 지금은 조용히 배웅할 때이다.

   
▲ 한국의 텃새로 남아 있던 황새는 수컷이 포수에 의해 사살된 후 암컷이 서울대공원에서 무정란 알을 낳다 기구한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으로 텃새에서 철새로 전락한 황새는 최근 인공번식에 성공, 다시 대를 잇게 되었다. 사진은 갤럭시S23울트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갤러리에서 ‘리마스터’로 보정하였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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